백화점들이 불황에도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주소비층인 중산층 이상의 소비심리가 살아 있는 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황기에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가치소비'가 백화점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高)환율로 해외 쇼핑 수요가 국내 백화점으로 U턴 한 것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주소비층은 불황 타격 작아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올 1분기 매출(1~3월 · 기존점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4.0~8.9% 증가했다. 롯데가 8.9%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현대 4.0%,신세계 6.4%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는 올 들어 불황이 심화됐음에도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6.1%)보다 2.7%포인트 높아졌고 현대와 신세계도 1~2%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이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1분기 매출 증가율이 1% 안팎으로 제자리걸음이어서 큰 대조를 이뤘다.

백화점들은 올 들어 당초 목표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근본 이유로 주소비층인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불황에 따른 실질적인 타격을 덜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세완 롯데백화점 기획이사는 "연봉 5000만원 이상 직장인이나 전문직,고소득 자영업자 등 백화점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소득이 크게 줄지 않아 소비심리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을 견인한 고가 명품 · 화장품 판매 호조가 '환율 효과' 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품목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는 실질소득이 높은 수도권 점포의 매출이 지방 점포보다 월등히 높은 데서도 드러난다. 롯데의 경우 수도권 신장률은 10.8%인 데 비해 지방은 3.5%에 불과했다.

◆20~30대 '가치 소비' 백화점으로 집중

백화점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의류는 롯데가 4%,현대와 신세계는 각각 1%와 2% 증가했다. 대형마트 의류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다. 이는 패션을 주도하는 젊은층이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유독 백화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롯데의 경우 20대 타깃의 영캐주얼 매출이 12%나 늘었다. 홍정표 신세계 마케팅팀장은 "20~30대층이 한번 높아진 소비 패턴을 쉽게 낮추지 못하는 데다 불황기에는 사는 수량은 줄이되 하나를 사더라도 질 좋은 브랜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화점들은 명품 · 화장품 등 일부 품목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마진이 좋은 의류 비중이 줄어드는 데 대해선 불안해 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명품은 올 1분기에 50.8%,화장품은 26.4%나 급증했다.

전체 매출 성장에서 기여도는 명품 25%,화장품 22%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김세완 이사는 "환율 효과가 약해지는 하반기나 내년 이후 매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우려가 있다"며 "그전에 경기가 회복돼 의류 등 주력 부문의 소비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