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몇곡 연주할지는 청중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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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공연 '피아노 천재' 키신
"3년 전 제 연주에 갈채를 보내준 한국 청중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보다 더 열정적입니다. 그동안 연주여행 때 자주 한국 청중 이야기를 하고 다녔어요. "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39 · 사진)은 두번째 내한 공연을 하루 앞두고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그는 "연주회를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며 한국 청중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키신은 열두 살에 모스크바필하모닉과 쇼팽 협주곡 1,2번을 함께 연주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16세 때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신동. 유명 콩쿠르 입상 경력은 없지만,정확한 테크닉과 성실함이 돋보이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손꼽힌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는 피아노 연주로 관객에게 각인된다. 2006년 첫 내한 연주회에서는 1시간여 동안 10곡의 앙코르를 들려주고 자정이 넘도록 사인회를 가져 특유의 열정과 성실함을 과시했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쇼팽의 폴로네이즈-판타지 등을 선사한다. 화제의 공연인 만큼 입장권은 판매 5시간 만에 매진됐다.
"앙코르 레퍼토리는 보통 서너 곡 정도 생각하고 무대에 올라가요. 그 이상은 청중이 원하면 생각나는 대로 연주합니다. 의무감으로 앙코르 연주를 하지는 않아요. 청중이 원하면 계속 할 뿐이죠."
나폴리에서 16곡까지 앙코르 연주를 해봤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몇 곡을 앙코르로 연주할지는 청중에게 달려 있다"며 웃었다. 또 한국에 대한 기억으로는 비빔밥과 지휘자 정명훈과의 협주,1970~1980년대 한국계로 모스크바에서 활동한 소프라노 넬리 리를 언급했다.
"사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는 없어요. 연주 여행 동안에도 연습만 하기 때문입니다. 호텔에서 연주장까지 차창 밖으로 보는 것이 제겐 한국의 전부입니다. "
음악 신동으로 일찍부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그가 갈수록 더 큰 찬사를 받는 것은 수도사같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엄청난 연습량 때문이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대부분 공연 전날 입국해 연주만 하고 떠나는 것과 달리 그는 공연 사흘 전에 입국해 하루 6~7시간씩 연습에 몰입했다. 그는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연주가 점점 더 어렵다"며 "높은 곳에 이르면 더 높은 곳이 보이고 능력이 생기면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