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파우더 원료 1건과 11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베이비파우더를 많이 쓰는 유아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선진국과는 달리 보건 당국이 원인물질인 탈크의 규격에 석면 항목을 두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석면이 검출된 제품은 '보령누크 베이비파우다''보령누크 베이비칼라콤팩트파우다' '보령누크 베이비콤팩트파우다 화이트''보령누크 크리닉베이비파우다 분말'(이상 보령메디앙스),'베비라 베이비콤팩트파우더''베비라 베이비파우더'(이상 유씨엘),'라꾸베 베이비파우더'(한국콜마),'큐티마망 베이비파우더'(성광제약),'락희 베이비파우다'(락희제약),'알로앤루 베이비콤팩트파우더'(대봉엘에스),'모니카 베이비파우더'(한국모니카제약) 등 11종과 덕산약품공업이 공급한 원료 '덕산탈크' 등이다. '라꾸베 베이비파우더' 제품을 제외한 10개 제품은 모두 중국산인 덕산탈크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은 부랴부랴 이들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내리고 뒤늦게나마 석면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3~4년 전부터 탈크 속 석면을 규제한 것과 비교하면 식약청의 늑장대응은 비난을 면키 힘들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 또는 섬유상 탈크를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유럽은 2005년 탈크 중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기준을 설정했으며 미국도 이듬해 탈크 중 석면 규제에 동참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베이비파우더의 원료성분인 탈크에 자연적으로 석면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며 "탈크는 땅 속에서 석면을 함유하는 사문암과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탈크를 채굴할 때 사문암이 혼재돼 석면이 공존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베이비파우더는 피부에 도포하는 의약외품으로 식약청의 기준에 맞게 제조해왔을 뿐 석면의 혼입 가능성은 미리 알지 못했다"며 "즉각 리콜을 실시할 것이며 향후엔 탈크를 대체하거나 석면가루가 함유되지 않은 탈크를 쓰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파우더의 유해성과 관련,식약청 관계자는 "파우더 제품을 통한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며 "파우더가 피부에 부착되거나 공기 중에 분산되는 만큼 흡입되는 양이 적어 유해성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면의 유해성은 당장 나타나지 않고 10년 이상 경과된 후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더구나 이번에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이라도 탈크 원료 수입시기에 따라 석면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돼 환자용 파우더 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될 전망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