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김치우의 천금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B조 선두로 올라섰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북한을 1 대 0으로 꺾었다. 예선전 세 경기를 남겨둔 한국은 월드컵축구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한국은 이번 승리로 3승2무(승점11)를 기록,북한(3승1무2패 · 승점 10)을 누르고 B조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1993년 이후 5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북한만 만나면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악연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허정무 감독은 첫 경기였던 칠레전 패배 후 20경기 연속 무패(10승10무) 행진을 이어갔다.

후반전 이근호와 교체 투입된 김치우가 해결사로 떠올랐다. 그는 후반 41분 북한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차 골키퍼의 손을 스쳐 골네트를 가른 것.행운이 깃든 김치우의 골이 터지기 전 한국의 공격은 북한의 수비 앞에 번번이 막혔다. 지난해 네 차례의 무승부에서 겪은 북한의 '벌떼 수비'는 이날도 위력을 발휘했다.

북한은 전반전부터 수비 중심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최종 수비수 세 명에 좌 · 우 윙백까지 가세해 단단한 성벽을 구축하는 수비 축구를 구사했다. 공격에서는 최전방의 정대세 · 홍영조,좌우 측면의 박남철과 문인국이 스피드와 돌파력을 앞세운 역습으로 우리측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은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을 만큼 공격수의 개인기가 뛰어나지도 못했고 공격 때 수적인 우위를 만들지도 못했다.

중앙에서 어렵게 만든 찬스에서는 세밀함도 부족했다. 후반 10분대 박주영(AS모나코)을 거쳐 연결된 두 차례 결정적 기회에서 이근호가 찬 공은 북한 골키퍼 리명국의 정면으로 향해 탄식을 불렀다.

지루한 게임에 종지부를 찍은 건 세트피스였다. 허정무호는 지난 1월 서귀포 동계 훈련부터 틈만 나면 세트플레이를 갈고 닦았고,이번 북한과 대결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 동안 노력은 경기 종료 직전 빛을 본 셈이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경기후 "오는 6월 아랍에미리트와의 6차전 원정에서 본선행 진출이 결판날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6월 아랍에미리트(6일),사우디아라비아(10일),이란(17일)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