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대 · 중소기업 간,노사 간,사회계층 간 성장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경제 부문별 격차 해소를 위한 논의들이 있었지만 이념적 요소가 끼어들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보다는 갑론을박에 치우쳐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과거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가진 자를 지나치게 경원시해 담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때에 국내 굴지의 민간연구기관에서 이 복잡다기한 주제에 대한 18가지 해결 방안을 담은 《상생의 경제학》을 내놨다.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보고서의 의미는 각별하다. '더불어 성장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부제로 한 이 보고서는 지난 10개월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위기극복의 토대와 도약의 디딤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관련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까지 증폭시키고 있다.

이 책은 기업과 노사 간,사회계층 간 격차 같은 당면 문제의 근원을 '제도의 부조화'에서 찾고 있으며,이에 따른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제도 조합의 개선'을 통한 선순환 연결고리 형성이라는 접근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도입된 경제제도가 각 경제주체의 행태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것들의 선순환 구조가 경제적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세우고,이를 입증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를 국내외 사례와 함께 제공한다. 특히 각 경제 주체의 인센티브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제도 전환을 유도하고 이를 다시 경로의존성,상호보완성,환경적응성이라는 관점에서 정렬한 뒤 경제행태의 선순환 루프로 연결시킨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선 외환위기 이후 새롭게 이식된 제도의 부작용을 짚어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네 가지 선순환 루프라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네 가지 선순환 루프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대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투자와 고용 확대,기능 및 숙련 향상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선순환 루프에서 벗어난 취약계층에도 시장 진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부문별 성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시장친화적인 방안으로 3대 부문에 걸쳐 18개 핵심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네 가지 선순환 루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역금융 육성과 정책자금 지원 효율화,벤처지원 및 기술평가 합리화,합리적 워크아웃 활성화,기업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둘째는 협조적 하도급 거래관계 정착,중소기업 간 수평적 협력 활성화를 통한 대 · 중소기업 간 상생 구조가 작동돼야 한다. 셋째 내부거래 및 출자규제 완화와 의무공개매수 확대를 통한 투자 및 고용 확대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직능급제와 통합형 인사제도,임금제도의 혁신,견습제도의 활성화,공공직업훈련 내실화를 통해 기능 및 숙련 향상의 선순환구조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취약계층의 창업,전업,취업을 유도하고 공공부조를 통해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일깨운다.

이 같은 상생의 메커니즘은 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상생이라는 다소 난해한 주제를 경제제도의 재정렬과 인센티브라는 접근법으로 해석한 저자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 책을 계기로 상생경제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