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 자유전공학부생들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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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 모호하고 소속도 불분명
올해 중앙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조정수씨(20 · 여)는 고시준비반 성격이 너무 강한 학부 분위기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그는 어학연수 등의 혜택이 있는데다 여러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자유전공학부를 택했다. 조씨는 "로스쿨이 아닌 다양한 전공을 생각하고 온 친구도 많은데 법대에 거의 소속되다시피 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대 등 27개 대학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법대를 대체하는 '프리로스쿨(pre-lawschool)'로 주목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뚜렷한 커리큘럼이 없을 뿐더러 소속도 불분명해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변석준씨(23)는 "기존의 과목들을 이것저것 끌어다 합쳐 놓은 수업뿐"이라며 "자유전공학부생은 이런 걸 배운다라고 내세울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는 타계열에 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수가 적다. 다양한 학문을 접해보라는 취지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과목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정성화씨(20)도 "전공 및 진로에 대해 답을 못 찾고 헤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속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소속된 단과대가 없는 자유전공학부생들은 학과사무실 등 자치공간 및 사물함 등이 없다. 각자 알아서 학교 내에 남은 공간을 쓰고 있다. 학생회도 조직되지 않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법대 모집단위가 폐지되면서 자유전공학부생들은 기존 법대의 관리 ·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2학년 이후 각자 전공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면 신입생들은 선배조차 없는 처지가 된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강동택씨(21)는 "기존 과에 소속돼 있던 법대 선배들도 우리를 과 후배라기보다는 편입생처럼 대한다"며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누가 챙겨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의 K씨는 "상경계열에 가고 싶었지만 점수에 맞춰 자유전공학부를 택했다"며 "로스쿨을 염두에 두는 친구도 있지만 경영학과나 신문방송학과로 가려는 친구들도 많아 솔직히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전공 선택시 성적에 상관없이 희망하는 전공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계열로 입학해 성적이 나쁘면 희망한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는 수도 있는데 자유전공학부생들은 이 같은 제약이 없다. 이에 따라 경영학과 등 특정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씨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이니까 우리가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자부심도 생긴다"며 "다양한 학문 탐색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올해 서울대 등 27개 대학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법대를 대체하는 '프리로스쿨(pre-lawschool)'로 주목받으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뚜렷한 커리큘럼이 없을 뿐더러 소속도 불분명해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변석준씨(23)는 "기존의 과목들을 이것저것 끌어다 합쳐 놓은 수업뿐"이라며 "자유전공학부생은 이런 걸 배운다라고 내세울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는 타계열에 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수가 적다. 다양한 학문을 접해보라는 취지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과목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정성화씨(20)도 "전공 및 진로에 대해 답을 못 찾고 헤매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속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소속된 단과대가 없는 자유전공학부생들은 학과사무실 등 자치공간 및 사물함 등이 없다. 각자 알아서 학교 내에 남은 공간을 쓰고 있다. 학생회도 조직되지 않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법대 모집단위가 폐지되면서 자유전공학부생들은 기존 법대의 관리 ·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2학년 이후 각자 전공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면 신입생들은 선배조차 없는 처지가 된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강동택씨(21)는 "기존 과에 소속돼 있던 법대 선배들도 우리를 과 후배라기보다는 편입생처럼 대한다"며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누가 챙겨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의 K씨는 "상경계열에 가고 싶었지만 점수에 맞춰 자유전공학부를 택했다"며 "로스쿨을 염두에 두는 친구도 있지만 경영학과나 신문방송학과로 가려는 친구들도 많아 솔직히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전공 선택시 성적에 상관없이 희망하는 전공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계열로 입학해 성적이 나쁘면 희망한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는 수도 있는데 자유전공학부생들은 이 같은 제약이 없다. 이에 따라 경영학과 등 특정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씨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이니까 우리가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자부심도 생긴다"며 "다양한 학문 탐색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