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만져 전자기기를 구동하는 햅틱(촉각) 의류,심박수를 측정해주는 트레이닝복,체온 변화를 감지해 선수의 스트레스 정도를 알려주는 카레이싱복….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지식기반 신섬유 전시회'에는 SF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다양한 '스마트 의류'가 선보였다.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라고도 불리는 스마트 의류는 약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도성 소재와 컴퓨터 칩을 옷감 속에 내장,전기신호나 데이터를 교환하거나 외부 디지털기기를 작동할 수 있게 해준다.

이날 전시회에서 선보인 스마트 의류는 대부분 상용화를 눈앞에 둔 제품들이어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봉제기술연구소는 옷을 입은 사람의 생체신호 측정이 가능한 최첨단 트레이닝복을 선보였다. 전기가 통하는 전도사(絲)로 만든 이 옷은 심장 위치에 달린 섬유 소재 측정기가 호흡수와 심박수는 물론 운동량까지 계산,측정치를 손목시계 등을 통해 전달해준다. 트레이닝복 고유의 탄성과 기능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술을 이전받은 FnC코오롱은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의류에 섬유 소재 터치인식 패드와 원격조종 모듈을 달아 손가락 터치를 통해 게임기나 MP3 등 전자기기를 구동할 수 있는 햅틱 의류도 내놓았다. 국내 전자기기 제조업체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2012년께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연세대 스마트의류 기술연구소는 국내 처음으로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를 측정할 수 있는 지능형 카레이싱복을 소개했다. 옷 자체에 손톱만한 피부전기반응(GSR) 센서를 달아 땀 배출량과 체온 변화에 따른 피부 긴장도를 파악,선수의 신체 상태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축구 농구 등 활동량이 많은 스포츠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의 적절한 교체 시기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적용 범위가 넓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연구소는 광섬유와 발광다이오드(LED)를 결합해 주변 환경이나 분위기에 따라 옷의 색채나 무늬가 바뀌는 포토닉 원피스도 선보였다.

조자영 한국봉제기술연구소 마케팅지원 팀장은 "IT(정보기술)와 섬유를 결합한 스마트 의류의 세계시장 규모는 작년 2억달러에서 2014년 7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라며 "유비쿼터스 시대에 발맞춰 스마트 의류는 휴대폰처럼 필수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스마트 의류 등 미래 유망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IT,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 기반의 신섬유 산업 육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민 · 관 공동 지원 내용을 담은 '신섬유 기술개발 촉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하명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2015년께면 한국의 전체 섬유 수출액(목표) 200억달러의 60% 이상을 첨단 신섬유가 달성할 것"이라며 "신섬유 산업 육성을 위한 협회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