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오늘 열린 200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때 있었던 일입니다.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자사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갑자기 언성을 높였습니다.

마이크를 잡자마자 "참으로 침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모터쇼를 세계적인 국제모터쇼로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어렵지만 모터쇼 참석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시차를 모두 뺄까 고민했습니다. 정해진 기본 약속을 저버리면 절대 세계적인 모터쇼가 될 수 없습니다."

박 사장이 화를 낸 이유는 이렇습니다. 오늘은 프레스데이였던 만큼 수 백명의 기자들이 몰려다니면서 각 업체들이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들었습니다. 20분 단위였죠. 오전 8시부터 각 업체 대표가 한정된 시간 안에서 자사 소개,신차 발표,미래비전 공개,질의응답 등을 하지요.

업체들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사전에 리허설도 많이 합니다. 각사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단 5분간의 휴식만이 있지요. 기자들로서도 하루종일 계속 서서 이동하며 강행군을 해야하는 겁니다.

이날 폭스바겐 코리아의 프리젠테이션 시간은 오전 11시20분부터 40분까지였습니다. 헌데 오전 10시55분부터 11시15분까지로 돼 있던 기아자동차가 예정된 시간을 넘겨버렸습니다.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 신차발표회를 병행하다보니 시간이 모자랐던 겁니다.

이날 기아차 연설자만 해도 서영종 사장 등 네 명이나 됐습니다. 기아차는 자사 프리젠테이션을 11시30분에야 끝냈습니다. 기자들이 기아차 부스를 떠나 폭스바겐 코리아 부스로 이동한 시간도 이쯤 되지요.폭스바겐 코리아의 프리젠테이션 시간을 10분 이상 사용한 셈이 된 거지요.

문제는 GM대우자동차가 오전 11시30분에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의 별도 기자간담회를 잡은 겁니다. GM대우의 유동성 상황이 궁금했던 기자들 중 상당수는 폭스바겐 프리젠테이션을 듣지 않고 GM대우 간담회 장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허설까지 하면서 행사를 준비했던 박 사장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아무리 기다려도 기자들이 모여들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기아차 행사 때의 20~30%에 불과한 기자만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박 사장은 연설이 끝난 후 자신이 공개적으로 '비판 발언'을 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서울모터쇼를 국제적 수준의 모터쇼로 만들려면,자사 이기주의 때문에 다른 회사 이해를 침해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일부 기업이 서울모터쇼조직위와 관계없이 마음대로 일을 처리한 게 가슴아프다고 했습니다.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말도 했고요.

박 사장은 자사 프리젠테이션을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제 시간에 맞춰 끝냈습니다. 다른 행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죠.

박 사장은 한국수입차협회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산차 업체들의 일방적인 일처리가 더욱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됐을 겁니다.

오늘 사태는 일부 업체들의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던 데서 비롯한 것입니다. 발빠른 사과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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