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장 많이 생산된 제품은 돈입니다.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예치해 둔 현금을 포함한 돈(본원통화)은 지난 1월 말 63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9.4%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더 풀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마저 눈에 띄게 좋아져 해외 부문에서도 돈이 쏟아져 들어올 태세입니다.

돈이 늘다 보니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는데도 용감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값이 안정되면 실물경제에 분명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자산가격과 실물경제가 따로 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돈 가치가 떨어져 발생하는 손해를 피할 수 있는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위험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투자에 나서겠다는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모든 주식,모든 부동산이 다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무실이 100개인데 쓰겠다는 사람이 70명밖에 없다면 30개 사무실은 공실입니다. 시중에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사무실을 쓰겠다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외면당하는 사무실은 찬바람이 더 쌀쌀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다른 쪽에서는 밑바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런 일이 조만간 벌어질 것입니다. 건설사 조선사 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이어 이달 말까지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위험이 감지됐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이런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도 옥석이 분명하게 가려질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강한 반등세를 보면서 "너무 늦은 것 아닌가"하는 조바심을 치다 보면 돌부리에 차일 수 있습니다. 넘치는 돈 뒤에 숨어 있는 암초를 피해야 합니다. 원금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고 분산투자의 원칙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