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우루과이 코스타리카가 조세피난처'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을 '비협조 조세피난처'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OECD의 이번 조치는 G20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위해 OECD에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OECD는"필리핀 등 4개국은 금융 투명성과 관련된 새로운 규칙을 채택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블랙리스트 등재 이유를 설명했다.

OECD는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 4개국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 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제재 조치는 확정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자 정보 요구 강화나 세금공제 박탈,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투자 제한 조치 등이 주요 제재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OECD는 이와 함께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리히텐슈타인 케이맨제도 싱가포르 등 42개국은 조세 관련 국제 기준을 지키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지키기로 약속한 '회색 국가군'에 포함시켰다. 스위스 등 은행비밀주의 국가와 카리브해의 유명 조세피난처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불명예를 피해간 셈이다. 스위스는 은행 비밀주의 전통을 내세우며 고객들의 정보 공유를 거부해오다 최근 국제적인 압박에 직면해 지난달 "국제 규범을 따를 의향이 있다"고 한발 물러섰으며,오스트리아와 벨기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재무장관들끼리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와 관련,독일 주간 슈피겔은 "스위스는 블랙리스트에 빠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여전히 은행비밀주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회색 국가 상당수는 정보 공개에 미온적이어서 언제든 등급이 바뀔 수 있는 위험 국가라는 설명인 셈이다. 당초 프랑스와 독일은 홍콩도 OECD 지정 조세피난처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중국의 반발로 홍콩과 마카오는 회색 국가군에서도 빠졌다. 대신 OECD 발표문 주석에 '중국의 특별행정구역'(홍콩과 마카오를 의미)은 국제 기준을 지키기로 약속했다는 문구만을 넣었다.

OECD는 세계 주요국을 조세 정보 공유 여부를 기준으로 △국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국가와 △국제 기준을 충족한 상태는 아니지만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회색 국가군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모범 국가군으로 나누고 있다. 스위스 등 지금까지 조세피난처로 각광받았던 지역은 대부분 회색 국가군에 포함돼 있으며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40개국은 모범 국가군에 속해 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런 OECD의 활동이 국제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