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원 · 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수출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김용복 과장은 5일 '환율 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수출과 수입,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 환율이 1% 상승하면 1995년까지는 수출이 0.5% 이상 증가했지만 1999년 이후에는 그 효과가 0.3% 이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수입에서도 1995년 말부터 1997년 중반까지는 환율이 1% 오를 때 수입이 0.6~1.0% 감소했으나 1999년 이후에는 감소 폭이 0.5% 이하로 둔화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업체에는 유리하고 수입 업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외환위기 이후로 그 효과가 모두 약해졌다는 뜻이다.

환율 상승이 성장률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전(1981년 3분기~1997년 2분기)에는 환율이 1% 높아질 때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8% 증가했다.

외환위기 이후까지 포함한 전체 기간(1981년 3분기~ 2008년 2분기)을 기준으로 하면 GDP 증가폭이 0.12%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만을 별도로 분석하면 GDP 증대 효과가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 상승이 설비 투자를 위축시키는 현상은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오르면 자본재 수입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예전에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과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섰지만 최근에는 그 효과가 줄어들면서 자본재 수입비용 부담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감소함에 따라 정부가 고환율을 유지하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환율이 수출 증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지도 않으면서 기업들에 경쟁력 확대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