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건설회사 김충실 마케팅과장이 갑작스럽게 입원했다. 항상 건강해 보였던 그가 최근 말기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는 동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언제나 좋은 매너와 긍정적인 태도로 인기와 주목이 집중됐던 그였기에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고심만 대리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설마 내게도 무슨 병이 있는 건 아닐까? 요새 괜히 피로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거 같애."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고 대리는 아내에게 투덜거렸다. 지난 며칠 동안 여기저기가 아프다며 불평하는 남편이 걱정되던 나똑똑 여사는 인터넷에서 건강검진 및 암에 대한 각종 정보를 찾아 읽어보았지만 어떤 검진을 받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던 중 여고 동창인 최주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교수를 떠올리고 전화를 걸어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했다. 다음은 나 여사가 최 교수에게 물어본 주요 궁금증.


◆40대에 왜 암 정밀검진이 필요한가

암은 대개 40세 이전까지는 드물지만 40세가 지나면 발병률이 증가하고 남자의 경우는 50세가 넘어가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한다. 평균수명(남자 75.1세,여자 82.3세)까지 살 경우 3~4명 중 한 명은 암이 생길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따라서 40대 이후에 첫 정밀검진을 받아보고 이상이 없으면 건강상태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기적으로(2~3년마다)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남성은 흡연과 음주,비만,스트레스,음주와 편식으로 인한 필수영양소 결핍 등으로 50세가 넘어가면 암 발병률이 뚜렷하게 올라가므로 매년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항목은 가족력과 생활습관,최근 증상 등을 감안해 상담을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매년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하더라도 김 과장처럼 단체검진을 받으면 아무래도 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필수적인 고가 정밀 검사를 다 포함하기 어려우므로 개인별 정밀 맞춤검진이 필요하다.


◆암 정밀검진에서 CT와 PET의 차이는

암 정밀검진에는 다중검출 CT(컴퓨터단층촬영)이나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가 포함돼 있어야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 다중검출 CT 중 가장 최근에 나온 64채널 CT는 64개 방향에서 찍은 방사선 사진을 재조합해 선명한 입체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수분 내로 전신촬영을 마칠 수 있어 그만큼 방사선 피폭량도 줄어든다.

PET 검사는 암의 모양을 파악하기보다는 미세한 암조차도 대체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암세포가 얼마나 활발하게 번지고 있는가,즉 악성도가 얼마나 심한가를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CT보다 방사선 조사량이 높긴하지만 투여받은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가 짧아 소변을 통해 쉽게 배출된다. 단 암세포의 활성도가 높다면 PET로 잘 진단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진단이 안 될 수도 있다.

또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한 위암 대장암 간암 신장암 방광암 뇌종양 등에서 위음성률(실제 양성인데 음성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높으며 염증이 있는 경우 암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PET와 CT가 결합된 게 PET-CT검사로 대부분의 대학병원과 검진 전문병원이 갖추고 있다. CT만 포함된 암 정밀검진보다 PET-CT를 동시에 수행하는 암 검진이 30만원 정도 비싼 편이다.


◆이것만으로 많은 암들이 진단될 수 있나

암 정밀검진에는 갑상선 유방 골반 전립선 간 등에 대한 초음파 검사,위와 대장에 대한 내시경 검사,후두 내시경,간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폐암 갑상선암 방광암 유방암 등에 대한 암표지자 검사,폐암 및 자궁경부암 발견을 위한 저선량 폐 CT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검사 등이 추가 실시된다. 암을 진단하기 위해선 PET나 CT만 찍어도 될 것 같지만 이런 검사들을 추가하면 암진단의 민감도나 정확도를 올릴 수 있다. 아직까지도 암 발견을 위한 100% 완벽 검사는 없으므로 여러 검사 결과를 통합 판독해 암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향후 예방 및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게 의료진의 역할이다.


◆혼자 힘만으로는 안되는 암 예방

이런 모든 검사보다도 암 예방에 더 중요한 것은 금연,절주,운동,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충분한 섭취다. 그러나 남성들은 줄담배와 잦은 회식에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이에 따라 요즘 평생건강증진센터(건강검진센터)들은 어떤 그릇된 생활습관이 질병을 유발했는지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개인별 맞춤처방을 전달해주고 필요하면 전화상담도 하면서 계속 개선을 요구하는 자극을 준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게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가족과 의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