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신청으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과 은행예금 등에 머물러 있던 자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5일 북한이 쏘아올린 로켓이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판명됨에 따라 그동한 주식시장 등을 눌러왔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히 해소되면서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때마침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일 1283.75로 마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박스권 장세어서 벗어난데 이어 6일에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보다 12.91p 상승한 1296.66을 기록하고 있으며 코스닥 지수도 전거래일보다 6.30p 오른 445.46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24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부동산 시장도 아직 미미하지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북한 로켓발사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로 MMF나 은행예금에서 이탈된 시중 자금들이 증시로 몰리는 경향이 짙다"면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시그널이 강해지면 시중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 속도가 빨라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北 악재 해소로 투자심리 호전… 머니 무브 개시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126조원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MMF 자금이 지난 2일 121조7938억원으로, 지난 18일 126조1922억원이후 2주동안 5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일 북한이 쏘아올린 로켓이 미사일이 아닌 위성으로 판명되고 미국이나 일본의 요격 등 군사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되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이탈이 예상되고 있다.

또 국내 7개 은행의 총수신은 3월 말 현재 838조원으로 지난 2월에 비해 11조원 감소했다.
이처럼 MMF·은행예금 이탈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4월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MMF 수익률 저하, 금리인하가 한 몫을 하고 있다.

통상 3월말, 4월초에는 월말·분기말 결제 수요가 몰리는 만큼 MMF 환매가 많다는 것. 여기에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로 MMF 수익률이 2%대로 내려가고 은행 금리도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자금 이탈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인 MMF와 은행예금을 이탈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최근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피, 연중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로 GO! GO!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일 1283.7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 지난달 2일 1018.81 대비 26% 이상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증시 상승 분위기에 맞춰 2분기 코스피지수가 1500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증권사에는 거액 자산가들의 주식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올 2월 말 10조3015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은 이달 1일 13조378억원으로 한달새 3조원 가까이 늘었다. 하루평균 1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모는 4400억원 수준으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전일대비 1942억원 증가한 139조751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767억원 늘어난 85조2755억원을, 해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75억원 증가한 54조4763억원을 기록했다.

설정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순자산액은 국내외 주식형펀드 모두 늘어났다. 전체 주식형펀드 순자산액은 1조5509억원 증가한 89조813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관계자들은 자금의 행방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일부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며 최근 지수 상승에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MMF 등 단기 자금이 3월 초 만해도 급격히 증가하며 부동화 현상이 극심했지만 최근 들어 BBB급 회사채 발행이 소폭이나마 이뤄지면서 채권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뭉칫돈 부동산시장에도 유입되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은 3월 넷째주에 이어 4월 첫째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남권 주도 하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53% 올라 전주(0.3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많은 매물은 아니지만 급매물을 중심으로 서울 반포나 잠원, 송파 등지의 고급 주택단지나 일부 독점상가, 도심권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회복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3월초 11억원대가 무너진 송파 주공 112㎡의 경우 이를 회복했으며 개포 주공 2단지도 4억5000만~5억원대 회복했고, 대치 은마도 회복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가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114 이호연 팀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착시가 아닌 진정한 회복이냐가 관건"이라며 "바닥권 근접해서 올 하반기나 내년 회복하는 긴 U자형 등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부동산 큰 손들이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시장을 살피고 있다"며 "정부가 강남3구에 대해 투기지역 해제를 단행할 경우 뭉칫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