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차별’이 심하다. 스위트룸이 있는 반면 딸랑 침대 하나 놓여 있는 평범한 객실도 있다. 풍광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 창문을 열고 바닷가 풍경을 음미할 수 있는 방이면 어김없이 웃돈을 줘야 한다.

‘바다 위의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선도 마찬가지. 바다를 향한 발코니에서 샴페인을 즐기는 승객이 있는 반면 창문도 없는 객실에서 친구들끼리 기껏 카드를 돌리는 방도 있기 마련이다.

세계 정상급 크루즈선 건조회사인 STX유럽(옛 아커야즈)이 이런 통념을 깬 신개념 크루즈선 디자인을 6일 선보였다.

가장 큰 특징은 ‘전객실의 고급화’. 모든 객실을 1등실로 꾸미고 방마다 발코니를 설치했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면 모든 방에서 바다가 보이도록 전체 객실 구조도 변경했다. '1등실' 여자와 '3등실' 남자가 만들어낸 '타이타닉의 사랑' 은 STX유럽 크루즈선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됐다.

고객 뿐만 아니라 배를 굴리는 선주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설계다. 기존 크루즈선에 비해 객실 이용료가 16% 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로처럼 얽혀 있던 크루즈선의 구조도 대폭 단순화했다. 레스토랑 수영장 공원 등 고객들이 즐겨 찾는 시설을 한 곳에 모두 모았다. 승객들의 동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시설을 통합한 덕에 선박용적도 15% 가량 줄일 수 있다. 연료소모가 적고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덤이다.

STX유럽의 사울리 엘로란타 부사장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신개념 크루즈선으로 조선 경기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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