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증권사 X파일'이 등장해 화제다. 출처불명의 이 X파일은 주요 증권사별로 대주주나 최고경영자(CEO)의 미묘한 성격까지 파악해 기업 문화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잘 표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X파일은 증권사를 인물로 봤을 때 그 인물을 재미있게 그린 한 장의 캐리커쳐"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혼이 없는 증권사? 약삭빠른 증권사?

○…이 X파일은 "대우증권은 영혼이 없는 증권사"라고 표현했다. 금융업계에 대우증권 출신들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대우맨들은 많지만, 정작 회사의 주인인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라는 것. 삼성증권에 대한 평가는 "약삭빠르다"이다. 경쟁사의 똑똑한 인력을 대부분 끌어다 쓰는 등 인재를 망설임없이 낚아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다? 그냥 앞으로 간다?

○…우리투자증권은 주인이 없는 회사라는 점을 들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기보신에 강하고 전략과 전술도 없으면서 대형증권사로서 무게감만 크다는 평이다. 현대증권은 과거 그룹 이미지때문인지 "어딘지 모르지만 그냥 앞으로 간다"는 평판을 얻었다. 불도저처럼 남이 가는 데로 가면된다는 식의 기업문화를 꼬집은 셈이다.

변화가 없는 증권사 vs 빨리치고 빠지는 증권사

○… 대신증권은 "10년전과 비교해 발전한 것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주변은 변하는 데 변화가 없어 늘 그모양으로 정체돼 있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치고 빠진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X파일은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잘 하지만 보스의 영향력이 커 미래가 늘 불안하다"는 지적도 함께 덧붙였다.

포장을 잘한다 vs 열심히 하지만 결과가 형편없다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평가는 "포장을 잘한다"이다. 동원그룹이 옛 한국투자신탁을 흡수, 다양한 문화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1인 통제 회사로 옛 한투출신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데 시장에선 잘 모른다는 시각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매일 아침 운동으로 정신무장을 하는 회사이지만 "결과가 늘 형편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혼자 잘난 체 한다 vs 항상 시끄럽고 탈이 많다

○…동양종금증권은 "혼자 잘 난 체 한다"는 부러움섞인 평가가 나왔다. 종금업무의 특화로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 갈 곳이 없다는 지적도 함께 덧붙여졌다. 2011년 이후가 문제라는 나름대로 분석도 덧붙여졌다. 이밖에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권에 대한 평가는 "항상 지지고 볶고 시끄럽고 전략이 많아 탈이다.홍수 때의 계곡물과 같다"이다.

은행은 잔잔한 호수 vs 보험사는 말라가는 호수?

○…증권사가 아닌 은행이나 보험회사들에 대해선 어떤 평가가 나올까. 은행들에 대해선 "모피아(옛 재정경제부 출신인사들)가 득세하여 특화된 영업이 없는 잔잔한 호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반해 보험사들은 "말라가는 호수"로 비유됐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사람 수명이 길어져 대박날 줄 알았으나 재테크로 몰려 풍요속의 가난인 형국인데다 보험해약으로 겨우 먹고 사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증권맨들 반응…"촌철살인이다. 미묘한 차이 잘 표현했다"

○…이 X파일은 그야말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실제 증권맨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있을 정도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회사별 특징을 잘 그려낸 캐리커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도 "익살스럽게 표현했지만 내용을 보고 깜짝놀랐다"며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회사들이지만 모두 회사의 전통이나 대주주 또는 최고경영자의 성향에 따라 기업문화가 다른 게 현실인데 그런 미묘한 차이점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특색과 장단점을 가감없이 기술한 이러한 글이 증권가에 나돈 이유는 올해부터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증권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일부 표현은 경쟁사에 대한 폄하나 견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증권사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날카로와진 듯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