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11시30분30초.동해상에 머물고 있던 세종대왕함(7600t급)의 주 레이더(SPY-ID)에 갑자기 하늘로 치솟는 추진체가 포착됐다. 진원지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불과 15초 만이었다. 점화하고도 일정한 추진 단계를 거쳐 로켓이 부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실시간 수준이었다. 탐지 결과는 즉시 미국과 일본이 탐지한 정보들과 합쳐져 해군과 합참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우리나라의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실전에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순간이었다. 처녀 실전 투입에 반신반의하던 군 관계자들의 우려를 한순간에 씻어낸 쾌거였다. 작년 12월 해군에 인도된 세종대왕함은 작전보다는 설비와 이지스체계 작동 테스트에 주력해 왔다.

목표물 포착 시간도 군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는 전언이다. 동해에 급파돼 있던 미국의 채피함과 존매케인함,일본의 곤고함과 초카이함 등이 로켓을 잡아낸 시점과 엇비슷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군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 함대보다 결코 늦지 않은 시점에 발사체를 잡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세종대왕함이 가장 최근에 건조된 이점을 살려 앞선 시스템으로 오히려 더 빨리 포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