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경기침체로 최고급 모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렉서스'의 가장 인기 있는 럭셔리 차종인 '렉서스 LS 세단'과 '렉서스 SC 쿠페'의 1분기(1~3월) 미국 내 판매가 37% 감소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렉서스' 전체의 지난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매출은 27% 줄어들며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도요타의 소형차 브랜드인 '사이언'의 매출이 23% 줄어든 것에 비하면 큰 폭의 감소다.

미국인들이 '렉서스'를 외면하게 된 것은 실업률 급등과 경기침체로 고급차를 살 만한 여력이 줄어든 데다 BMW 다임러 아우디 등과 같은 유럽 럭셔리카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도요타는 큰 폭의 할인 판매를 단행했다. '렉서스 LS 세단'과 '렉서스 SC 쿠페'의 정가는 각각 6만4000달러,6만700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 사이트인 에드문드닷컴에 따르면 '렉서스' 모델은 현재 평균 4만1000달러에 할인돼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도요타는 수익성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에프레임 레비 애널리스트는 "럭셔리카의 이익률이 높은 만큼 렉서스의 부진은 도요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미국의 신차 구매는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해 19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미국 내 럭셔리 자동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도 38% 급감했다.

한편 일본 내에선 혼다의 소형차인 '피트(Fit)'가 2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일본자동차판매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2008년 신차 판매순위'(경차 제외)에 따르면 '피트'는 지난해 일본 내에서 전년보다 2.7% 증가한 15만2185대가 팔렸다. 2007년 10월 모델을 전면 교체해 연비 성능 등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는 전년 11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프리우스'는 작년 한 해 동안 7만618대가 판매돼 전년보다 15.6% 늘었다. 경기 둔화로 고급차나 대형차보다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실용적인 자동차가 많이 팔린 셈이다.

업체별로는 도요타가 상위 10개 모델 중 6개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코롤라'와 소형차 '비츠''파소'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혼다는 2개 모델이 10위권에 들었고,닛산자동차는 '세레나'라는 모델을 7위에 올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서기열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