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오거스타 내셔널GC의 윌리엄 존슨 회장은 미국 여성단체협의회 위원장 마샤 버크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는다. 여성에게도 골프장 회원 문호를 개방하라는 내용이었다. 존슨 회장은 '우리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격노한 버크 위원장은 마스터스 골프대회 TV중계권자 CBS의 광고주와 미국 프로골프협회 등에 전방위 압박을 가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2003년 마스터스는 광고 없이 중계됐다.

미국 조지아주 남동쪽 한적한 시골에 자리잡은 오거스타 골프장은 개장한 지 70년이 넘었는데도 초기의 규칙 상당 부분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요즘 기준으로는 독선적인 내용이 많지만 거의 손대지 않는다. 일단 규칙을 만들었으면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여성회원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도 가입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을 만큼 완고하다. 300명 안팎의 멤버는 정 · 관 · 재계 거물들로 짐작되지만 누구인지는 비밀이다.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6월부터 5개월 간 문을 닫는 탓에 이곳에서 라운드할 수 있는 기간은 연 7개월에 불과하다. 주말에도 10팀 정도만 받는다. 그래도 불평하는 회원은 거의 없다. 마스터스를 최적의 코스 상태에서 치르도록 양해하기 때문이다.

비회원에게 코스를 개방하는 것은 1년에 딱 1주일(마스터스 연습경기 3일,본경기 4일).그것도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다. 하루 4만5000장으로 제한되는 연습경기 관람권 예약은 보통 1년 전에 끝난다. 본대회 입장권은 '패트론'이라고 불리는 후원자들에게만 판다. 대회 이름 앞에 기업명을 붙이면 엄청난 스폰서료를 챙길 수 있으나 오거스타는 이를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회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입간판이나 관람용 텐트도 없다. 프로암 대회조차 열지 않는다.

좋든 싫든 이 같은 '오거스타의 규칙'덕에 마스터스는 늘 화제를 만들어 낸다. 이용기간 축소에 메인 스폰서 포기,폐쇄적이라는 비난 등을 감수해야 하지만 입장권과 기념품,중계권료 판매 만으로도 매년 40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종의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클럽을 유지하며 갈수록 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오는 9일부터 마스터스가 열린다. 이 전설적 코스에서 올해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