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6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아직까지는 (그 부분에 대해) 보고 있지 않지만 의혹이 이렇게 제기되는데 검찰이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 전 수석과 천 회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전 수석과 천 회장은 작년 박 회장으로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고려대 교우회장인 천 회장은 고대 동기인 이 대통령과 막역한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수석은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지낸 바 있는 검사 출신이다.

검찰은 노건평씨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통해 여권 핵심 인사 A의원에게 박 회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사실과 관련,노씨와 추 전 비서관이 A의원 외에 다른 인사를 통해서도 로비를 시도했는지에 대해 확인 중이다. 검찰은 노씨와 추 전 비서관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과 로비를 벌인 구체적인 대상을 확정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추 전 비서관의 '입'이 열리느냐에 따라 이 전 수석 외에 현 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가 추가로 검찰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또 이날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소환 조사했으며,박 전 의장의 아들 박모씨도 전격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의장은 2006년 4월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박 전 의장과 박 회장의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아들 박씨는 박 회장이 건넨 돈을 아버지인 박 전 의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11대부터 6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의장은 2002~2004년 국회의장을 지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날 전격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김덕배 의원은 2004~2005년 김원기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재직시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외에 경남 김해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4~5명도 이번 주 중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주부터 경남 김해 지역 정치인 · 관료들과 박 회장의 '지역토착 비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한편 대전지검 특수부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불러 부산 창신섬유와 충북 충주 시그너스골프장의 회사돈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 등을 조사했다. 대검찰청은 이와 관련,강 회장이 봉하마을 개발 명목으로 세운 ㈜봉화에 70억원을 투자한 경위를 주목하고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앞서 강 회장은 2007년 8월 박 회장,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3자 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에 대해 논의하던 중 박 회장이 "홍콩에 비자금 500만달러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