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중 시중은행 외화차입 20억弗 이상

금융팀 = 2월 중순 이후 급격히 악화했던 외화유동성 여건이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지난달 만기 도래한 대외채무는 외환당국의 달러 지원없이 전액 차환됐고, 은행권의 신규 외화차입도 이달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로 돌아선 것이 달러 수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외화유동성 사정이 풀리면서 환율은 급격히 하향 안정되고 있고 한국물 채권의 신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 외화구하기 '봄기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4~5월 시중은행의 외화 차입이 2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완료를 목표로 만기 1년 이상인 3억 달러 상당의 외화차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은행도 이달 정부와 협의해 5억~10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농협은 이달 중, 외환은행은 5월 중 각각 1억 달러를 차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주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3년 만기 10억 달러의 글로벌채권 발행에 성공했고,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정부 지급보증 없이 사모 형태로 3억 달러를 차입했다.

하나은행은 말레이시아 링깃으로 표시된 3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검토해 이번 주 결론을 낼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국책은행들도 시장 여건을 봐가며 달러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에 30억 달러의 외화채권, 산업은행은 5월께 엔화 표시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각각 나설 방침이다.

정부 역시 이달 중 20억 달러 안팎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놓고 시장여건을 최종적으로 타진 중이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했음에도 금융시장이 안정 국면을 이어가는 등 시장 여건이 좋아 발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평채 발행 준비를 해놓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라며 "다른 한국물의 진행 상황 및 여타 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행시기, 규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화유동성 지표 `기지개'
실제로 외화유동성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정부 부문을 제외한 금융회사와 기업의 차환율은 작년 10월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54.5%까지 추락했다가 작년 12월 65.5%, 올해 1월 87.1%, 2월 91.6%, 3월 106.3%로 개선됐다.

차환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만기를 전액 연장하고도 외화가 남았다는 의미다.

한은도 9일 만기를 맞는 경쟁입찰방식 외화대출 30억 달러 가운데 20억 달러에 한해서만 만기연장(롤오버) 성격의 재입찰을 하기로 했다.

이는 시중에 공급한 달러를 10억 달러 회수하는 효과를 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 채권의 신용도도 높아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물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3일 기준 2.95%로 한 달 전의 4.65%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 1월13일(2.9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6.99%까지 뛰었다.

CDS 프리미엄은 신용파생거래의 수수료로, 금융회사 등의 파산 위험에 대한 보험료 성격이다.

따라서 낮을수록 신용위험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지난해 10월 27일 7.91%까지 뛰기도 했지만, 점차 하향 안정돼 3.3∼3.6%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지난 3일에는 3.53%를 기록했다.

◇ "조달 비용이 관건"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앞으로는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하근철 차장은 "차환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자금 조달 여부보다는 조달 비용이 관건이 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외채 만기가 1분기와 3분기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1분기에는 동유럽 금융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는데 외화조달 여건은 어느 정도 호전됐다"며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문제인 만큼 조달비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은행권의 대외채무 중 만기 1년 미만인 단기외채 비율이 약 50%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는 점은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2월 말부터 급격히 악화했던 외화유동성이 다소 개선된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 단기외채 비율이 높고 증시에서 외국인의 추가 이탈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고삐를 늦추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