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기 지금은] 기아 '뉴모닝' 판매 1위…값 싸고 연비 좋은 소형차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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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마이너스 32.1%, 내수 마이너스 14.9%,수출 마이너스 36.6%.'
올해 1분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거둔 성적표다. 내구 소비재인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국내 · 외 소비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생산 및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동차업종은 2분기 이후에도 상당 기간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
국내 자동차 업계의 1분기 생산 및 판매 실적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매우 부진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 · 기아 · GM대우 · 쌍용 · 르노삼성 · 대우버스 · 타타대우상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7개사의 올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68만6221대에 머물렀다. 작년 같은 기간 101만121대보다 32만3290대(32.1%) 감소했다. 현대차 생산량은 1분기 32만914대로 29.4% 감소했고,기아차는 20만6630대로 19.1% 줄었다. 모회사인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파산위기에 몰린 GM대우는 생산량이 48.7%,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쌍용차는 75.3%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업계 전체 내수판매량은 25만7221대로 전년동기 30만2344대보다 14.9% 감소했다. 현대차는 작년 1분기 내수판매가 15만8338대였지만 올해는 12만9358대로 18.3% 줄어 들었다. 같은 기간 GM대우는 2만8098대에서 1만8576대로 33.9%,쌍용차는 1만2708대에서 4870대로 61.7% 내수판매가 급감했다. 기아차는 7만4411대에서 7만9406대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가 6.7%의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 감소폭은 내수보다 더 컸다. 1분기 완성차업체의 수출(해외공장 생산 판매분 제외)은 43만6587대로 전년 같은 기간(68만8123대)보다 36.6% 급감했다. 현대차가 18만7086대의 수출을 기록,전년동기(28만4811대) 대비 9만7725대(-34.3%) 감소했다. 1분기 내수가 늘었던 기아차도 수출은 17만5027대에서 14만1308대로 19.3% 줄었다. GM대우(-51.5%) 르노삼성(-41.2%)도 1분기 수출이 절반 내외 급감했고,쌍용차는 수출 감소율이 87.0%에 달했다.
◆소형차는 선방
전반적인 실적 부진 속에서도 소형차는 선방했다. 소비자들이 경기침체로 상대적으로 차 값도 싸고 연료 소비량도 적은 소형차 구매를 늘린 때문이다. 내수의 경우 승용차 중에서 소형차는 1분기 6만812대가 팔려 유일하게 전년동기보다 17.4%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중형차(-23.1%) 대형차(-18.8%)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 -29.2%) 등의 내수 판매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줄었다. 모델별로는 기아차의 '뉴 모닝'이 1분기 2만3136대의 내수 판매로,현대차 쏘나타(2만2918대)를 제치고 판매 1위 차량이 됐다.
수출은 모든 차종이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경차(-6.7%)와 소형차(-22.3%)의 감소율은 중형차(-58.5%) 대형차(-32.0%) SUV(-53.3%) 등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1분기 수출도 아반떼(4만7029대),GM대우 젠트라X(3만7870대),현대차 베르나(3만6866대),기아차 프라이드(3만6348대) 등 소형차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2분기에도 부진 지속될 듯
국내 자동차업체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일러야 올 4분기는 돼야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적어도 2~3분기까지는 자동차의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올 1분기 현대차 등은 원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미국 등 일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다. 현대차는 실직한 고객의 차를 되 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1분기 전체 판매량이 30% 이상 급감한 미국에서 0.5%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1570원까지 치솟았던 원 · 달러 환율이 지난 6일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원화강세)하고 엔화마저 5개월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국내 차업체들에는 악재로 떠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이 회복될 경우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글로벌 판매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열 기자 ma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