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잘 자라게 하는 첨단 의료소재, 럭비의 저돌성으로 '터치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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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본뱅크 심영복 대표
"선수 시절 근성과 영업사원 특유의 끈기로 불가능을 극복해냈죠."
국가대표 럭비선수 출신으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지낸 한 국내 바이오벤처 대표가 첨단 의료 소재를 개발,미국 유명 벤처투자사로부터 600만달러를 유치했다.
주인공은 생체조직공학 전문업체인 코리아본뱅크의 심영복 대표(47 · 사진).그는 7일 "뼈가 잘 자라게 해주는 골형성 유도체인 BMP(Bone Morphogenetic Protein)를 자체 기술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으며,이를 인정받아 미국 벤처캐피털인 이플래닛 벤처스로부터 600만달러의 연구자금을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BMP는 생체 단백질의 일종으로,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에 활동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부러진 뼈나 임플란트 이식을 위해 턱뼈를 깎아낸 부위에 주입하면 뼈를 빨리 자라게 해 회복 기간을 3분의 1로 단축시킨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플래닛 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로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와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 등에 투자한 회사다. 연간 운용 자금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심 대표는 의료기기 수입업체를 운영하던 2004년 초 일본에서 공부한 한 생체재료공학자로부터 우연히 "뼈형성 단백질인 BMP를 대량 생산할 수만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BMP 개발에 착수했다. 이때만 해도 BMP는 거대 다국적 회사인 와이어스가 원료 생산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상품화된 치료제는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메드트로닉사의 인퓨즈(척추질환 치료제)가 유일했다.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
1997년 설립 이후 주로 인공관절 등 조직이식재를 해외에서 구입, 판매해 온 무명의 수입업체였던 코리아본뱅크가 기초연구부터 시작해 원료를 자체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그는 "2008년이면 특허가 만료된다는 얘기를 듣고 개발을 서둘렀지만 대량 생산 기법을 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실패가 거듭되자 친분 있는 의사들까지 '차라리 와이어스 제품을 수입해 팔라'고 설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2004년부터 시작한 연세대 공대 및 의대와의 기초기술 연구를 통해 BMP를 소량 생산하는 데 성공,국내에서 2006년 물질특허를 획득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기초연구에서 물질특허를 딸 때까지 수입업을 통해 모아뒀던 20여억원이 모두 들어갔다. 그는 "2008년까지 3년간 생산설비를 세 차례나 뜯어내 다시 설치하고 100여차례나 배양액이 세균에 오염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양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생쥐의 난소세포에 인간 DNA를 집어넣어 BMP를 대량 배양하는 공법을 완성한 것.동물시험에서 기존 와이어스 제품의 5분의 1 농도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 '기적 같은 일'이라는 평가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심 대표의 '특별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 때까지 10년간 럭비선수로 활약했다. 고교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때 몸에 밴 '저돌성'과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제약회사(종근당) 영업사원 시절 익힌 '끈기'가 무모한 도전을 현실화하는 데 바탕이 됐다는 것.
코리아본뱅크는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이미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 양산 설비를 모두 갖춰놓은 상태다. 심 대표는 "임플란트 등 치과용 소재로 우선 상용화할 경우 한번의 임상시험만으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판매 허가 취득이 가능하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전 세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국가대표 럭비선수 출신으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지낸 한 국내 바이오벤처 대표가 첨단 의료 소재를 개발,미국 유명 벤처투자사로부터 600만달러를 유치했다.
주인공은 생체조직공학 전문업체인 코리아본뱅크의 심영복 대표(47 · 사진).그는 7일 "뼈가 잘 자라게 해주는 골형성 유도체인 BMP(Bone Morphogenetic Protein)를 자체 기술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으며,이를 인정받아 미국 벤처캐피털인 이플래닛 벤처스로부터 600만달러의 연구자금을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BMP는 생체 단백질의 일종으로,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에 활동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부러진 뼈나 임플란트 이식을 위해 턱뼈를 깎아낸 부위에 주입하면 뼈를 빨리 자라게 해 회복 기간을 3분의 1로 단축시킨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플래닛 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로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와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 등에 투자한 회사다. 연간 운용 자금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심 대표는 의료기기 수입업체를 운영하던 2004년 초 일본에서 공부한 한 생체재료공학자로부터 우연히 "뼈형성 단백질인 BMP를 대량 생산할 수만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BMP 개발에 착수했다. 이때만 해도 BMP는 거대 다국적 회사인 와이어스가 원료 생산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상품화된 치료제는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메드트로닉사의 인퓨즈(척추질환 치료제)가 유일했다.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
1997년 설립 이후 주로 인공관절 등 조직이식재를 해외에서 구입, 판매해 온 무명의 수입업체였던 코리아본뱅크가 기초연구부터 시작해 원료를 자체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그는 "2008년이면 특허가 만료된다는 얘기를 듣고 개발을 서둘렀지만 대량 생산 기법을 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실패가 거듭되자 친분 있는 의사들까지 '차라리 와이어스 제품을 수입해 팔라'고 설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2004년부터 시작한 연세대 공대 및 의대와의 기초기술 연구를 통해 BMP를 소량 생산하는 데 성공,국내에서 2006년 물질특허를 획득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기초연구에서 물질특허를 딸 때까지 수입업을 통해 모아뒀던 20여억원이 모두 들어갔다. 그는 "2008년까지 3년간 생산설비를 세 차례나 뜯어내 다시 설치하고 100여차례나 배양액이 세균에 오염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양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생쥐의 난소세포에 인간 DNA를 집어넣어 BMP를 대량 배양하는 공법을 완성한 것.동물시험에서 기존 와이어스 제품의 5분의 1 농도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 '기적 같은 일'이라는 평가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심 대표의 '특별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 때까지 10년간 럭비선수로 활약했다. 고교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때 몸에 밴 '저돌성'과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제약회사(종근당) 영업사원 시절 익힌 '끈기'가 무모한 도전을 현실화하는 데 바탕이 됐다는 것.
코리아본뱅크는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이미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 양산 설비를 모두 갖춰놓은 상태다. 심 대표는 "임플란트 등 치과용 소재로 우선 상용화할 경우 한번의 임상시험만으로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판매 허가 취득이 가능하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전 세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