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이 잇따라 민노총 탈퇴(脫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도시철도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9~10일 양일간 각각 대의원대회 및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노총 탈퇴 수순을 밟기로 했고,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간발의 차이로 탈퇴가 부결됐던 인천지하철 노조도 같은 날 재투표를 실시한다고 한다. 민노총은 물론 노동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임이 분명하고 보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민노총은 요즘 창립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하 핵심 노조들이 줄줄이 탈퇴했거나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달만 해도 NCC 영진약품 승일실업 진해택시 그랜드힐튼호텔 등 5개사가 민노총을 벗어났고 이달 들어서도 이들 3개 공공부문 노조 외에 군포서진운수 또한 탈퇴 여부를 놓고 조합원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현대중공업 GS칼텍스 코오롱 등 굵직굵직한 노조들 역시 불과 수 년 사이 민노총을 떠났다.

일선 노조들 사이에 민노총 탈퇴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노총이 근로조건 개선과는 무관한 정치투쟁을 일삼으면서 일선 노조와 조합원들 사이에 민노총의 운동 노선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높아진 게 주원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임단협과 관련해서도 강경투쟁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회사에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정작 조합원들은 실속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결과로 귀착되기 일쑤였다. 민노총의 과격노선에 대해 국민여론이 등을 돌린 것 또한 탈퇴 도미노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식의 양상이 이어진다면 지난 2007년 조합원 수에서 한국노총을 추월했던 민노총이 다시 재역전당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다.

민노총 산하 노조들의 탈퇴 도미노 현상이 시사(示唆)하는 바는 너무도 분명하다. 조합원들은 생계와 관련된 근로조건 개선을 원하지 노동운동의 궤도를 벗어난 정치투쟁을 바라는 게 아니다. 민노총 지도부는 오죽했으면 제3의 노동단체를 창설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겠는지 깊이 성찰하면서 노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