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인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이 연내 첫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중동이 원전 수출을 위한 '기회의 땅'으로 다가 오고 있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레이트(UAE)가 공략 대상이다.

양국이 연내 발주할 원전의 사업비만 줄잡아 200억달러를 웃돈다. 한국전력은 요르단에서 프랑스,UAE에선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원자력 강국의 기업들과 사활을 건 수주경쟁에 돌입했다. 김쌍수 한전사장의 '쉽지않은 첫 도전'이 시작됐다.

◆요르단,UAE서 성공스토리 만들까

7일 지식경제부와 한전에 따르면 요르단은 2017년까지 2000~3000M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한국전력과 아레바(프랑스)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이 1400MW급인 만큼 1~2기를 지어야 한다. 1기만 건설하더라도 사업비는 50억달러에 달한다.

요르단이 한 곳과 수의계약을 할 지,경쟁입찰에 붙일 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요르단 국왕을 예방한 김쌍수 한전 사장은 1호기를 2019년까지 건설하겠다고 새로 제안했고,요르단에서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한국의 지분을 20%에서 30%로 확대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쪽으로 정부와 협의를 진행중이다.

UAE가 계획중인 원전 사업은 더 규모가 크다. 2017년까지 5000~6000MW 규모로 짓겠다는 것으로 한국형 원전 3~4기에 해당된다. 사업비는 140~16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UAE는 7월까지 2곳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 가운데 한 곳을 9월께 최종사업자로 확정할 계획이다.

입찰 사전자격심사(PQ)에 참여한 한전은 5월중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왕이 방한해 한국에 협력을 요청한 요르단과 달리 UAE에서는 국제경쟁입찰을 통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미국(웨스팅하우스 GE),프랑스(아레바) 일본(도시바 히타치 미츠비시) 러시아(AEP) 등이 잠재적 경쟁 상대다.

◆한국의 경쟁력과 파급효과


한국의 강점은 30년간 지속적인 원전 건설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기를 완공해 운영중이다. 여기에 현재 8기가 건설중이며 2030년까지는 10기를 추가로 짓는다. 이와 달리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는 원전사고 여파로 1980년대 이후 신규 건설을 사실상 중단했다가 최근에야 웨스팅하우스가 중국에서,아레바는 핀란드에서 재개했다.

원전 플랜트 사업에 참여할 국내 기업들의 '라인업'도 경쟁국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전은 운영을 담당할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기술(설계) 한전원자력연료(우라늄 공급) 두산중공업(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기자재)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이상 시공)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기자재와 부품의 국산화율이 95%에 달하고 있어 해외 수주가 이뤄지면 수출도 크게 늘게 된다"며 "중동에서 첫 테이프만 끊으면 다른 곳에서도 봇물터지듯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