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말기의 學兵세대, 처절한 절규를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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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유작 '별이 차가운…' 출간
소설가 나림 이병주(1921~1992년)는 생전 원고지 10만여장 분량에 달하는 단행본 80여권을 발표할 정도로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65년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한 후 1992년 폐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약 30년 동안 활동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상당한 다작(多作)이다.
그의 방대한 작품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경향은 '학병 체험'이 남긴 흔적이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 불문과에 재학하던 1944년 학병으로 동원돼 중국 쑤저우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됐다가 1946년에야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 경험은 학병으로 징집된 주인공을 내세운 《관부연락선》,학병 거부자를 다룬 《지리산》 등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는 생애 막바지까지 학병 체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주력했다. 계간지 <민족과 문학> 1989년 겨울호부터 1992년 봄호까지 총 10회에 걸쳐 노비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한 야심찬 박달세가 '자발적인' 일본군 학병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을 연재하게 된 것.그러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그만 이 장편소설은 완결을 1회 앞두고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이 미완성 유고가 단행본 《별이 차가운 밤이면》(문학의숲)으로 묶여 나왔다. 엮은이인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별이 차가운 밤이면》이 《관부연락선》 《지리산》과 함께 '학병 세대 글쓰기 3부작'을 이룬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생존해 돌아온 학병 세대는 새 나라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엘리트 계층으로,우리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선인 학병은 약 4500명이 징집됐는데,이들은 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전문학교 · 대학 이상 교육과정에 진학한 고학력자들이었다.
김 교수는 또 "이병주가 마지막까지 학병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학병 체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돌아온 이병주는 모교에서 교사로 10여년 재직하면서도 학병으로 끌려갔을 당시 했던 '노예 생활'의 여파 때문에 학생들에게 큰 소리를 못 칠 정도였다"고 전했다.
《별이 차가운 밤이면》은 1920년대 경상도 한 산골마을에서 노비의 자식으로 살다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친부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해 최고 엘리트가 되는 박달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다 박달세는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중국 상해를 누비며 조선 독립 운동가와 탈출 학병을 체포하는 기관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조선인 독립 운동가들을 보며 자조에 빠진다.
김 교수는 "아마 이병주가 완결을 냈다면 주인공이 나중에는 임시정부 편에 서게 되는 쪽으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는 10~11일 경남 하동에서 '2009 이병주 문학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이 강연회에서는 소설가 이문열씨,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극작가 신봉승씨 등이 참여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1965년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한 후 1992년 폐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약 30년 동안 활동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상당한 다작(多作)이다.
그의 방대한 작품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경향은 '학병 체험'이 남긴 흔적이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 불문과에 재학하던 1944년 학병으로 동원돼 중국 쑤저우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됐다가 1946년에야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 경험은 학병으로 징집된 주인공을 내세운 《관부연락선》,학병 거부자를 다룬 《지리산》 등의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는 생애 막바지까지 학병 체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주력했다. 계간지 <민족과 문학> 1989년 겨울호부터 1992년 봄호까지 총 10회에 걸쳐 노비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한 야심찬 박달세가 '자발적인' 일본군 학병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을 연재하게 된 것.그러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그만 이 장편소설은 완결을 1회 앞두고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이 미완성 유고가 단행본 《별이 차가운 밤이면》(문학의숲)으로 묶여 나왔다. 엮은이인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별이 차가운 밤이면》이 《관부연락선》 《지리산》과 함께 '학병 세대 글쓰기 3부작'을 이룬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생존해 돌아온 학병 세대는 새 나라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엘리트 계층으로,우리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선인 학병은 약 4500명이 징집됐는데,이들은 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전문학교 · 대학 이상 교육과정에 진학한 고학력자들이었다.
김 교수는 또 "이병주가 마지막까지 학병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은 학병 체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돌아온 이병주는 모교에서 교사로 10여년 재직하면서도 학병으로 끌려갔을 당시 했던 '노예 생활'의 여파 때문에 학생들에게 큰 소리를 못 칠 정도였다"고 전했다.
《별이 차가운 밤이면》은 1920년대 경상도 한 산골마을에서 노비의 자식으로 살다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친부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쿄대 법학부에 진학해 최고 엘리트가 되는 박달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다 박달세는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중국 상해를 누비며 조선 독립 운동가와 탈출 학병을 체포하는 기관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조선인 독립 운동가들을 보며 자조에 빠진다.
김 교수는 "아마 이병주가 완결을 냈다면 주인공이 나중에는 임시정부 편에 서게 되는 쪽으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는 10~11일 경남 하동에서 '2009 이병주 문학 강연회'를 열 예정이다. 이 강연회에서는 소설가 이문열씨,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극작가 신봉승씨 등이 참여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