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공천배제 결정 후 민주당이 격랑에 휩싸였다. 정 전 장관이 최종 결단을 위한 잠행에 들어간 가운데 친(親) 정동영계 의원들과 당 지도부가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젠 대놓고 분당 얘기까지 한다.

이종걸 강창일 등 비주류와 친 정동영계 의원 15명은 7일 모임을 갖고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박영선 의원은 "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전체 의원의 의견을 듣기 위한 총회를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의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정세균 대표가 이번 공천배제 결정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는데 정부나 거대 여당의 독주에 정치생명을 걸어야지 왜 당내문제에 거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학진 의원도 "정 대표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가는 데 정 전 장관이 장애물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을 지도부가 자초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 공천심사 결정은 의원총회 사안이 아니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지도부는 일단 감정적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분당사태' 언급에는 강하게 비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분당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길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10월 재보선에 공천도 드리고 정 전 장관이 수도권 민주당 약세지역을 강세지역으로 바꾸는 기회를 얻으면 본인 입지도 확대되지 않겠느냐"며 불출마를 요청했다. 정 대표는 이날 재보궐선거기획단 회의 후 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당내 반응을 묻는 질문에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 당으로선 최선을 다해 이제는 당의 결정에 모두 함께 동참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당으로서는 재보궐선거를 위해 역량을 모으는 데 힘쓸 때"라고만 했다.

민주당은 당초 인천 부평을에서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공천 파동과정을 거치면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곳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높다. 당내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주 덕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전략공천한 부평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지도부 불신임을 묻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전주 덕진과 인천 부평을 전략 공천작업을 8일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 전 장관 공천을 배제한 지역에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수행비서도 동행하지 않은 채 잠행에 들어갔다. 한 측근은 "정 전 장관이 전주 인근 모처에서 혼자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무소속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