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물건이 없어요. 급매물은 2~3일 새 자취를 감췄어요. "

서울시의 한남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계획이 확정돼 조합원들의 공람이 시작된 지 나흘 만인 7일.서울 용산구 보광동 버스종점 앞 T공인 관계자는 "남은 매물이 있느냐"는 인근 부동산의 문의전화에 "물건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1억~3억원으로 투자 가능한 소형 지분은 이미 거래가 끝났고,6억~7억원 하는 매물들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급매를 거둬들였기 때문.고객과 상담하고 있던 보광동 주미아파트 입구 H공인 관계자는 "이미 괜찮은 매물들은 다 나갔다"며 "지금은 비싸게 부르는 매물들만 남아 실제 거래는 없고 매수자와 매도자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급매 사라지고 호가만 10% 올라

지난 3일 서울 뉴타운 중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한남뉴타운의 개발계획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거래가 뜸했던 이 지역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 역에서 출발해 한국폴리텍대학(수정캠퍼스)을 지나 남쪽으로 보광동 버스종점까지 이어지는 111만1000㎡ 일대 낙후 지역 개발이 6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자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이날 방문한 6~7곳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급매가 남아 있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부동산중개업소마다 고객이 한두 명씩 들어와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태원역 입구 M공인 관계자는 "원주민들은 개발계획 확정으로 흥분한 상태고 매수자 역시 기대심리에 부풀어 있다"며 "매도자들이 급매를 거둬들이며 호가가 1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예전에 5억원에 나왔던 매물(82㎡,25평형 입주)을 이제는 5억5000만원에 내놓고 있는 셈이다.

◆투자 수익성은 '글쎄…'

중형(100㎡ 안팎,30평형대) 아파트에 입주 가능성이 높은 분할등기된 다세대 주택 매물(일명 원빌라)은 바닥이 났다. 소형 평수 아파트가 많게 개발계획이 확정되면서 중형 평수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줄어서다.

이에 매수자들은 '중형 평수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 투자지분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H공인 관계자는 "이른바 지분쪼개기(구분등기)가 된 매물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원래부터 빌라였던 '원빌라'를 선호한다"며 "용적률이 낮아 소형 평수는 투자 금액이 많고 수익성이 낮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33㎡(10평)이하 한 자릿수의 소액 지분을 투자한 매수자들은 권리가격 산정에서 밀려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중개업자는 "서울시 조례상 아무리 적은 지분을 가져도 중형 평수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매도인들이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소형 지분을 투자했던 사람들이 '수익성이 있겠느냐'는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 공청회,"용적률 높여달라"

개발계획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조합원들은 이달 말 공청회 때 중형 평수를 늘려 달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서울시 계획안대로라면 소형 평수(66㎡ 안팎,20평형대)가 40%를 차지하지만 중형평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T공인 관계자는 "서울시와 용적률 조율 때문에 계획안 확정에 시간이 걸렸다"며 "조합원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