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웃돈 받고 D램 장기공급 계약
하이닉스반도체가 대형 거래선 2~3곳과 현재 시가보다 10~20% 높은 가격에 D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거래선들이 미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웃돈을 얹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와 대형 거래선들이 합의한 가격은 1달러대 초반이며 공급 기간은 3~6개월이다. 하이닉스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선들이 장기 계약일 경우 수용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납품 물량도 기존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회사는 15일에 한 번씩 거래선들과 협상을 벌여 공급 가격과 물량을 조정해왔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이날 1Gb D램 고정거래가는 0.88달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장기계약을 1년6개월 이상 불황의 늪에 빠졌던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에 민감한 거래선들이 일제히 D램 가격 회복을 점친 셈"이라며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가격도 3~6개월 이내에 적정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거래선들과 반도체 공급 가격 인상을 전제로 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1Gb D램 현물은 고정거래가보다 높은 0.9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현물가가 고정거래가의 선행지수 성격을 띤다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가격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프로모스,파워칩 등 일부 대만 D램 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진 것도 반도체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6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에 적자폭을 3000억원 이상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 분기에 1조45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하이닉스는 1분기 손실폭이 5000억원 미만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