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대표 허재회)가 지난해 5161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 규모를 2018년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려 세계 50대 제약회사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회사는 이를 위해 항암제 항체치료제 화학합성신약 분야에 강점이 있는 국내외 제약회사 인수에 나서는 동시에 현 주력제품인 백신 및 혈액제제 수출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녹십자는 8일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권재중 경영전략 총괄 전무는 "향후 10년 동안 매출을 네 배 늘리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마련했다"며 "하나는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항암제 항체치료제 화학합성신약 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백신과 혈액제제 수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유전자재조합 의약품 등 항체치료제 시장에 새로 진출키로 했다. 첫 작품은 올 하반기 중 선보일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인 '그린진'.녹십자가 세계 네 번째로 개발한 이 의약품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조허가를 받았다. 녹십자는 그린진에 이어 2011년 골관절 항체치료제,2012년 B형 간염 항체치료제 등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항암제 분야에선 미국 바이오기업인 아브락시스와 공동 개발한 유방암치료제 '아브락산'을 필두로 △2012년 간암치료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2013년 항구토제 △2014년 대장암치료제 등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알약이나 캡슐 형태의 화학합성 의약품의 경우 지금까지는 해외 제품을 수입판매하거나 단순 복제약을 만드는 데 만족했지만,앞으로는 개량신약은 물론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항암제 항체치료제와 함께 화학합성신약 분야의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제약사 또는 바이오 벤처기업의 M&A(인수 · 합병)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며 "2018년까지 이들 신규사업이 녹십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최근 완공한 충북 오창공장과 전남 화순공장을 통해 백신 및 혈액제제 수출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알부민 등 각종 혈액제제와 항체치료제를 생산하는 오창공장과 백신 전문 생산시설인 화순공장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신 우수 의약품 제조 설비 기준(cGMP · 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맞게 건설한 것도 수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올 가을 국내 최초로 선보일 독감백신은 물론 2010~2011년 출시 예정인 조류 인플루엔자(AI) 백신과 탄저백신도 순차적으로 수출길에 오를 것"이라며 "특히 독감백신은 이르면 내년부터 해외에 수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이 같은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올해 매출을 6150억원으로 끌어올린 뒤 2012년 1조원,2015년 1조5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