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이냐 청산이냐의 기로에 놓인 쌍용자동차가 전체 인력의 37%인 260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쌍용차의 기능직 1인당 생산대수가 16대로,현대자동차(50대)의 3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잔류 인력에 대해서도 임금 및 복지비를 대폭 삭감하는 한편 경기도 평택 포승공단 부지 등을 팔아 유동성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 반발이 거센데다 판매침체까지 이어지고 있어 쌍용차 회생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카드' 던진 쌍용차

이번 인력감축 대상은 총 2646명이다. 사무관리직 300여 명이 포함됐지만,대부분 생산직이다. 경영컨설팅을 맡은 삼정KPMG는 정리해고에 따른 인건비 절감효과가 연간 약 136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영업비용 가운데 인건비가 12.5%를 차지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쌍용차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 평택 포승공단 부지 및 충북 청원군 영동물류센터를 매각하는 한편 전국에 산재해 있는 부품센터를 통 · 폐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000억~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는 또 올 9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200(프로젝트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5개 신차를 선보이기로 했다. 신차 출시 없이 판매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내년에 D200(카이런 후속)과 B100(준중형 세단)을 내놓고 2012년 Y300(렉스턴 후속),2013년 H100(중형 세단)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외에서 5만6000대를 판매한 뒤 2013년 총 21만대를 판매한다는 중 · 장기 목표를 세웠다.

◆산업은행,"실현 가능성 적어"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노조 반발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리해고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정상적으로 추진돼도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과 법원이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대해 '미흡' 판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법원은 다음 달 22일 관계인 집회를 거쳐 올 하반기에 쌍용차의 존속 또는 청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글로벌 수요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도 쌍용차 회생의 걸림돌이다. 쌍용차는 연비가 낮은 SUV 위주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불경기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형 승용차도 내년 말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삼정KPMG는 쌍용차가 올해 1425억원의 추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2274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011년에도 영업이익률이 2.8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쌍용차가 청산을 피하려면 자구책을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새 주인을 빨리 찾는 방법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대주주인 상하이차 주식이 소각된 뒤 빠른 시간 내 제3자 매각이 이뤄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