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기대수익은 한없이 떨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훌쩍 넘는 등 치솟고 있지만 최대 한도로 투자하더라도 배정받는 공모주는 10주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치면 10만원도 안 돼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급등하더라도 당초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은 0.12% 수준에 그친다. 청약증거금으로 거액이 묶인 데 따른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소 2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700만원 투자해도 공모주 6주 받아

8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에이테크솔루션의 청약 경쟁률이 5년 만의 최고인 1496 대 1까지 치솟아 최고 한도인 10만주를 청약한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공모주는 6주(공모가 54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2700만원을 청약한 투자자들이 3만2400원어치의 공모 주식을 받는 셈이다.

에이테크솔루션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식이 7만7000주(4억1580만원,공모주랩 제외)에 불과하지만 3110억원이 몰리면서 투자금 대비 배정 주식 수가 극히 적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치솟더라도 기대수익은 3만2400원에 불과하다. 투자수익률은 100%지만 증거금으로 넣은 2700만원과 비교하면 수익률은 0.12%에 그치게 된다.

배정 주식 수가 적어질수록 기회비용은 더 커진다. 에이테크솔루션에 최고 한도로 투자한 경우 청약증거금(증거금률 50%) 2700만원을 증권사에 무이자로 사흘가량 맡겨야 하기 때문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서 받을 수 있는 이자 6650원을 포기해야 한다.

기회비용과 수수료 및 세금 등을 감안할 경우 공모주 투자자는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5400원)보다 21.48% 높은 6560원 이상으로 형성돼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청약을 마친 다른 공모주들도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해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주 청약증거금 7731억원이 몰려 8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뷰웍스의 경우도 최고 한도로 2만주(1억8000만원)를 청약한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주식은 24주(21만6000원)에 불과하다.

이상오 한국투자증권 기업공개(IPO)담당 팀장은 "2000년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당시엔 경쟁률이 너무 높아 배정 주식 수가 1주에 불과했던 적도 있다"며 "최근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면서 수익률과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실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극도로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시장에서 공모가 두배 가격에 거래

공모주에 대한 이례적인 열기로 인해 투자 기대수익이 낮아지면서 공모주를 놓고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주가가 급등해도 기대수익이 10만원도 채 되지 않아 공모 청약을 해놓고 막판에 청약을 취소하는 투자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청약 계좌 수를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 팀장은 "공모 전문 투자자들이 많게는 100개가 넘는 계좌를 동원해 공모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일반투자자로선 큰 수익을 올리기 힘들지만 친인척과 친구들 계좌까지 동원하는 것은 공모주 투자의 고전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을 통한 배정 주식 수가 적어지자 장외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장외주식업체인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지난달 말 코오롱생명과학 공모가가 2만3500원으로 정해진 날 장외시장에서 4만원대에 매집을 부탁한 펀드매니저가 있었다"며 "당시엔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었지만 상장한 지 이틀이 지난 이날까지 30% 넘는 이익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인 4만7000원으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이틀 연속 상한가로 치솟으며 이날 6만2100원으로 마감됐다.

실제 장외시장에서 에이테크솔루션의 주가는 공모가 5400원의 두 배가 넘는 1만2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뷰웍스도 공모가 9000원의 2배 이상인 2만3500원에 매매되고 있다.

정 대표는 "공모주는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함께 언제 다시 꺾일지 모른다"며 "장외시장에서조차 너무 과열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