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 지수가 7거래일만에 하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단기 과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

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의 20일 이격도가 전날 110.81을 기록했다. 이격도란 주가와 이동평균선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10은 단기 과열권을 의미한다. 중장기 이동평균선에 대한 이격도는 더욱 컸다. 60일 이격도의 경우 전날 119.57를 기록, 2005년 12월 소위 '바이오주' 테마가 종결된 이후 처음으로 120선에 근접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 뿐만이 아니라 코스피시장의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도 20일과 60일 이격 모두 과열권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시장 전반적으로 단기 숨고르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개별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 목표주가를 넘어서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과열 징후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단기급등으로 현재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선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아 목표주가를 올리자니 주가수준이 부담되고 안올리자니 주가는 이미 상승한 상황"이라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을 전했다.

이같은 과열 징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이 중소형주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대형주 지수가 1.89% 급락하고 있지만 중형주 지수의 하락율은 0.08%에 불과하다. 소형주 지수는 오히려 0.84% 상승하고 있고 코스닥 지수는 1% 이상 오르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도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14일 골드만삭스로부터 시작되는 미국 은행주 실적발표 전까지 코스피는 이격 축소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격이 축소되는 과정은 지수가 횡보하면서 20일 이동평균선이 올라오거나 지수가 하락하는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와 함께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들을 스크린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은행, 증권, 건설, IT, 자동차 등 주도주들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고 미국 은행주의 실적발표전까지 코스피 이격 축소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다소 소외된 흐름을 보였던 보험, 통신, 음식료, 제약 등 경기방어주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방어주 가운데 실적과 가격 메리트를 보유한 종목으로 KT&G, 유한양행, LG생활건강, LG텔레콤, 한국가스공사, 웅진코웨이 등을 제시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번 조정을 국내외적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기계 및 건설 업종에 대한 투자 기회로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박기용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바닥을 탈출해 급반등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개월 연속 반등하며 기준선인 50을 넘어 중국 제조업이 성장성을 회복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이런 변화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맞물려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적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