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태국시장 긴 호흡 갖고 두드려야…왕족 '과대포장'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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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이사회 행사가 열린 태국 방콕 인터콘티넨털호텔 컨퍼런스룸.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비즈니스를 하는 비트컴퓨터의 이준근 태국법인장이 태국시장 진출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법인장은 "아직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은 노하우 덕에 이제 태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만한 역량을 키우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는 2003년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사립병원인 비파바디로부터 첫 수주해 납품까지 했지만 6개월 뒤 에이전트가 부도를 내고 숨어버리는 바람에 납품대금을 한푼도 못 받는 손해를 입었다. 이런 이유로 2004년 7월 현지법인을 세우고 직접 영업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로 아시아 최대 병원인 시리라병원과 시립병원 50여개를 단일병원으로 묶는 공공프로젝트인 '메트로폴리탄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외국기업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펴 계약성사 단계에까지 이르렀지만 정부가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하는 바람에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이준근 법인장은 "그동안 태국시장을 두드리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축적된 비즈니스 노하우가 이제 빛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은 영리병원 200여곳이 상장돼 있을 정도로 병원비즈니스가 활발한 만큼 초기 진입은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컴퓨터는 태국 진출 8년째인 올해 들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회사와 공동으로 태국 의료시장에서 공동 마케팅을 펴고 있는데 조만간 나올 결과물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법인장은 태국진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태국시장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도전해야 하며 원칙과 기술을 가지고 현지 네트워크를 충실히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족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과대포장된 경우가 많은 만큼 인맥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태국 방콕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4월2,3일 이틀 동안 열린 인케 이사회에는 인케 해외지부 의장단을 비롯한 국내 벤처기업인,태국 현지 관계자 등 1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룬 가운데 열렸다. '성공적인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올해 인케 이사회는 태국과 한국 기업들의 교류증진을 위한 장이 됐다.
홍병철 인케 총의장은 "글로벌 마케팅의 거점 역할을 하는 인케가 올해 4억달러의 수출 지원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어렵지만 현지화를 통한 마케팅 지원으로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 수출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43개 인케 해외지부를 연말까지 60개로 늘려 전 세계 도시를 거미줄망으로 엮는 한편 아시아 유럽 미주 등 지역별 본부제를 강화해 인케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인케의 성장이 곧 대한민국 벤처기업의 성장"이라며 "국내 벤처기업들이 인케를 통해 해외시장을 뚫을 수 있도록 협회가 나서 벤처기업과 인케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벤처기업협회와 태국정보통신산업협회(ATIC)는 양국 벤처기업들의 교류증진과 협력을 강화해 상호협력해 나갈 것을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합의에 따라 두 기관은 △양국 정보통신산업의 지식과 연구조사 자료 공유 △양국 정보통신기업 간 비즈니스 매칭 주선 △양 기관의 대표단 파견을 통한 기술과 업무방안 교환 △양국의 무역활성화를 위한 행사교류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분락 사라가난다 ATIC 회장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양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함께 발굴하고 교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MOU 행사에 참가한 최수규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은 "벤처기업은 기술이 뛰어나고 도전정신이 강해 신시장을 개척하는데 제격"이라며 "인케를 통해 많은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을 뚫을 수 있도록 수출에 대해 정책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사 기간 중 사전 행사로 3월31일 베트남 하노이와 4월1일 태국 방콕에서 국내 10여개 벤처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현지 기업과 수출상담회를 갖기도 했다. 홍병철 총의장은 "이번 상담회는 태국을 중심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목적으로 열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대진 옌지 의장은 "오는 8월28일부터 30일까지 옌볜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두만강지역 국제투자무역박람회'와 '중국 · 옌지국제투자무역박람회'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참가해 중국시장 공략의 발판을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시회에는 정보통신 바이오기술 생활용품 식품업체 등이 참가한다.
김선민 후쿠오카지부 의장은 "최근 후쿠오카에 330㎡ 규모로 개설한 코리아벤처갤러리에 30여개 한국 벤처기업 제품을 전시하고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어를 발굴하고 있는데 오는 5월 중 성과가 나올 전망"이라며 "해외시장에 처음 진출하려는 한국 벤처기업들은 인케 해외 지부를 찾으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케 방콕 행사에는 이상모 하노이지부 의장,김원철 뉴델리지부 의장,성백무 자카르타지부 의장,김선민 후쿠오카지부 의장,유대진 옌지지부 의장,김철수 싱가포르지부 의장,김동영 호찌민지부 의장,백승렬 쿠알라룸푸르지부 의장,김상진 이스탄불지부 의장 등이 참가했다.
방콕(태국)=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