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70)이 1990년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인권침해 혐의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 특별재판부는 7일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의 재임 기간 중 50여명을 학살한 군부의 '암살대' 그룹 창설을 승인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유죄를 확정했다.

세자르 산 마르틴 판사는 검찰이 기소한 살인 납치와 대규모 학살 등 인권침해 사건에서 후지모리가 "간접적 원인 제공자"라고 판시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 의원도 "이번 판결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지모리의 지지자들은 재판부의 유죄 판결에 항의해 가두시위에 나섰다. 반면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워치는 "이번 판결은 인권 보호에 역사적이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페루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페루 역사상 최장 기간인 15개월간 계속된 이번 재판은 150회에 걸쳐 모두 80명의 증인이 나서는 등 페루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학 교수와 대학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일본계 이민 3세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