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친기업 정서가 널리 확산돼 주민들이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임기를 끝내고 최근 기업인으로 돌아간 이두철 삼창기업 회장(63)은 "국내 최대 기업도시인 울산의 상의 회장으로 지난 5년간 열심히 일했고 덕분에 기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2004년 취임 당시만 해도 울산은 기업도시답지 않게 주민들 사이에 반기업정서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는 등 이른바 기업의 탈울산 움직임이 뚜렷했다. 이 회장은 "울산 시민들이 기업도시의 풍요로움 속에 기업의 소중함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을 그때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이 회장은 친기업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주민들에게 기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당시 SK에너지가 외국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과 분쟁에 휘말리면서 경영권이 송두리째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이 회장은 울산상의 주도로 SK 주식 사주기운동을 벌였다. 불과 석 달여 만에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운동은 전국 상의 차원으로 확대됐다.

청소년들에게 기업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운 '기업사랑 학교사랑' 운동도 이 회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최소 1개 학교 이상 자매결연을 맺도록 하는 1사1교 사업을 전개했다. 현재 200여개 울산지역 전체 초 · 중 · 고교와 기업이 자매결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도 임기 중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울산의 대표기업인 현대차 노사관계 개선이다. 이 회장은 현대차 노사분규 때마다 노사평화를 촉구했지만 아직 이 회사의 노사관계가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7년 6월 현대차노조의 파업철회를 촉구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조합원들로부터 큰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노조도 이젠 노사화합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며 "현대차노조 때문에 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가 더 이상 악화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은 "이제 기업인으로 돌아온 만큼 기업경영을 잘해 직원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중동 건설플랜트 등 해외사업부문을 직접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2012년 매출 1조원 달성과 동시에 1500여명 인력의 중견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한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원자력 제어계측기 분야 전문기업인 삼창기업은 엔바로테크 등 8개 계열사에 13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2300억원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