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상반기중에는 경기 바닥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완전히 닫혔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 경제지표 호전으로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하 기조도 사실상 동결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같은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통화완화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언제가 바닥인지 일률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상반기 중에는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하고 뚜렷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일단 한 달 지나고 나서 본 상황은 한달전에 걱정했던 것 보다는 조금 나은 지표들이 나왔다"며 최근의 경기하강 속도가 상당히 완만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가 움직일 때 보면 내림세 중에서도 일시적인 오름세가 있다가 내리고 오를 때도 일시적으로 내렸다가 다시 오르는게 일반적인 특징"이라며 "최근 한 두 달 현상을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해 경기판단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당분간 국내 경기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상당부분 소비 투자 부문이 위축됐고 세계경제도 단기간 회복이 쉽지 않아 수출도 금방 회복될 것 같지 않다"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상황에 불확실한 요소 많아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따라서 정책선택의 문을 항상 열려있다"며 "앞으로 실제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상황이 다시 악화될 기미를 보이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유동성 함정에 대해서도 아직은 아니라고 평가, 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적어도 지금까지 5.25%에서 2%까지 내려오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을 보면 의도했던 정책효과가 나타났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과정에서 유동성 함정에 다달았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실물경기를 지원해 나갈 수 있도록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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