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저녁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두 번째 글 '부탁드립니다'를 올리면서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썼다.

'프레임(frame)'은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인 데다 쉬운 단어와 어구를 즐겨 사용하는 노 전 대통령의 어법과도 맞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고도의 중의적 표현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프레임의 사전적 의미는 '틀,구조'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말하는 프레임이란 사건의 전체적인 구조나 내용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프레임은 '누명을 씌우다'라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다. 토익(TOEIC)이나 텝스(TEPS) 등 영어 시험에서도 프레임이 문장에서 어떤 뜻으로 사용되는지 종종 출제될 정도다. 따라서 검찰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의미를 은연중에 전달해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변호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끈다. '제가 한 행위'라는 말과는 달리 자신이 이번 사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존재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자신이 아닌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았다"라고 밝힌 지난 7일의 1차 사과문과도 일맥상통한다.

글의 또 다른 문장인 "저의 생각은 '잘못은 잘못이다'는 쪽입니다"라는 말도 주목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내가 잘못했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쪽입니다'라는 식으로 주장을 일부러 단정짓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