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꼭 참가해야만 하는 야구 경기가 있었는데 차를 태워주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래서 '할리'를 타고 뉴욕에서 당일치기로 밀워키로 돌아왔습니다. "

뉴욕에서 밀워키까지 1400㎞를 오토바이를 몰고 한달음에 왔다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20대 청년이 아니다. 올해 나이 59세인 짐 지머 할리데이비슨 최고경영자(CEO)가 뉴욕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고 출장을 갔다가 왜 당일치기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지머는 밀워키시 웨스트 사이드의 할리데이비슨 공장 바로 옆에서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할리데이비슨과 평생을 함께했다. 스스로 2년간의 군복무를 "(할리를 떠난) 짧은 휴가"라고 표현할 정도다. 1969년 위스콘신대에 다닐 당시 할리데이비슨의 화물 엘리베이터 기사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으며,졸업 후 회계부서에서 일을 시작해 1990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05년 CEO에 올랐다.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와의 인터뷰에선 "지금도 3대의 할리를 가지고 있으며 밀워키 인근 66번 고속도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정신과 유산을 대표하는 진정한 모터 사이클리스트' '영원한 호그족(HOG ·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애호가들을 일컫는 말)' 짐 지머가 회사를 떠난다.

할리데이비슨은 최근 케이스 완델 존슨컨트롤 CEO가 다음 달 1일부터 신임 CEO로 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지머가 은퇴 의사를 밝힌 이래 4개월 만이다. 완델은 북미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존슨컨트롤에 1988년 입사한 이래 21년 동안 쭉 자동차부품 만드는 일을 했다. 오토바이와는 통 인연이 없었던 셈이다.

완델 CEO는 "청년 여성 등을 상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면서 "5,10,20년 뒤에 무엇을 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할리데이비슨은 평균 구매자가 49세 남성일 정도로 고객이 젊은층,여성으로 확대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