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앞으로 5년간 3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4세대 이동통신,지능형 전력망,이종산업 간 융합기술 등의 개발에 나선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9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취임 100여일 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세계화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의 동력이 될 제2의 CDMA 신화를 창조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이후 모든 임원들과 1 대 1 면담을 통해 마련한 5개년 신성장동력의 밑그림을 공개한 것이다.

정 사장은 기술 리더십,창조적 서비스,상생경영,소비자 후생 등을 SK텔레콤의 4대 미션으로 제시했다. △4세대 이동통신 등 유무선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자동번역,개인화 기술 등 혁신적 UI(사용자 환경)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 기업용 서비스 기술 △통신과 전력을 결합한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기술 △이종산업 간 융합기술 등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5대 기술 과제도 정했다.

정 사장은 "그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치중됐던 정보통신기술을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산업 간 융합 분야로 확산시키면 신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달 중 무선인터넷 정보이용료와 데이터통화료를 통합해 월 일정액(1만~2만원)만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신상품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데이터통화료는 월정액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정보이용료는 콘텐츠 이용량에 따라 별도로 요금을 내야 했다. 돈을 얼마나 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청소년들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던 무선인터넷 과금 방식을 일부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통합KT의 출현으로 경쟁이 달아오를 이동통신시장에서 50.5%를 기록하고 있는 점유율을 사수(死守)하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정 사장은 "더 치고 나가지는 않겠지만 기존 점유율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2007년 4월 50.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이 수준을 지켜왔다.

SK브로드밴드,SK텔링크 등 SK그룹 내 통신 계열사 통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합병을 하지 않아도 계열사 간 협력이나 제휴를 통해 얼마든지 컨버전스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합병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망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비 통신회사인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는 유선 인프라(과거 두루넷으로부터 매입 후 투자한 네트워크)를 SK텔레콤이나 SK브로드밴드가 인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안정되면 해외 시장에서도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찾아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