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실물경제와 돈의 '역학관계'
실물경제와 돈은 '전혀 관계없는 사이'라는 경제학 이론이 있습니다. 고전학파의 이분법(classical dichotomy)이 대표적인 이론인데,시중에 돈의 많고 적음은 자산 가격이나 물가에만 영향을 미칠 뿐 생산량과 같은 실물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입니다. 돈의 양(量)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화폐의 중립성(neutrality of money)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요즘 '돈의 힘'이 너무 앞질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아졌습니다. 실물경기는 바닥이 어디인지조차 찾지 못했는데 주가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저점 때와 비교해 50%이상 올랐습니다.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의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로 돌아섰고 골프회원권값 역시 연초 대비 3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넘치는 돈이 만들어낸 화폐적 현상일 뿐이기 때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실물과 돈이 따로 노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저금리를 피해 돈이 자산시장 쪽으로 계속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물과 돈의 괴리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산책에 나선 '주인과 개'처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인과 개 가운데 누가 힘이 더 세냐 하는 문제입니다. 실물경기 침체가 더 깊어지면 주가와 부동산값은 다시 고꾸라질 것입니다. 반면 주가와 부동산값이 견고하게 상승할 경우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그만큼 쉬워지고 부동산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도위험은 현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최근의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이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질지 확인하려면 핵심 경제지표들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세 가지만 꼽는다면 수출,취업자 수,소비자심리지수(CSI)를 들고 싶습니다.

이런 지표들마저 추세적으로 좋아진다면 지금의 주가 상승은 대세상승 국면의 초입이었다고 나중에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