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골키퍼 권정혁(31)이 핀란드 프로축구 1부리그 RoPS에 입단했다.

한국 골키퍼가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서 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미드필더 김현관(24)이 역시 핀란드 클럽인 JJK 위바스퀼라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 7일 미드필더 이호진(26)과 공격수 남익경(26)이 나란히 JJK 입단 계약서에 사인했다.

올 시즌 JJK에만 세 명, 전체 리그에서는 네 명의 한국인 선수가 뛰게 되면서 '미지의 땅' 핀란드 프로축구리그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핀란드 프로축구는?
핀란드 리그는 1908년부터 컵대회 형식으로 시작됐다.

현재 스폰서인 베팅업체 이름을 따 베이카우스리가(Veikkausliiga)로 불리는 핀란드 1부리그는 14개 팀이 참가한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26경기를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챔피언에게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차 예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최하위 팀은 2부리그(14개 팀 참가)로 강등되고, 2부리그 우승팀이 그 자리를 채운다.

13위 팀은 2부 2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1부 잔류 또는 강등 여부가 결정된다.

이호진 등 세 명이 뛰게 된 JJK가 지난 시즌 2부 리그 우승으로 올해 1부로 승격한 경우다.

핀란드 리그는 눈이 많이 오고 추위가 심해 유럽 대부분 리그와 달리 4월에 시작해 10월에 끝난다.

대신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1월부터 3월까지 리그 컵대회를 치른다.

리그 컵대회에는 테스트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한국인 선수 네 명도 컵대회 경기에 참가해 구단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았다.

1부리그에서는 HJK 헬싱키가 통산 최다(21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은 오는 18일(현지시간) 개막하며 23일 열릴 2라운드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뛰는 RoPS와 JJK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왜 핀란드 리그인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수비수 사미 히피아(36.리버풀)를 비롯해 골키퍼 유시 야스켈라이넨(34.볼턴), 수비수 토니 칼리오(31.풀럼), 미드필더 티무 타이니오(30.선덜랜드), 미카엘 포르셀(28.하노버) 등 핀란드 국가대표 주축 선수들은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다.

A매치 121경기에서 30골을 넣은 노장 스트라이커 야리 리트마넨(38.FC라티)도 자국 클럽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아약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잉글랜드 리버풀과 풀럼 등 빅리그 명문 클럽을 거치며 핀란드 축구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핀란드는 빅리그 클럽들의 중요한 선수 공급 루트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국인 선수 네 명의 핀란드 진출을 이끈 에이전트 홍이삭 J.I.W 인터내셔널 대표는 "제2의 리트마넨과 히피아를 찾으려는 스카우트들이 핀란드 리그 경기 때마다 진을 친다.

특히 저평가된 선수들을 저렴한 가격에 데려다 비싼 값에 되팔려는 네덜란드 구단의 관심이 크다"면서 "핀란스 선수들은 체격 조건과 체력이 좋고, 성실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리그와 비교할 때 빅리그에서 성공한 사례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한다.

홍 대표는 또 "핀란드는 선진국이라 축구 인프라는 물론이고 생활 여건도 선수들이 유럽진출의 첫 걸음을 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라싱 산탄데르에서 뛰기도 했던 청소년대표 출신 이호진 등 한국인 선수들도 핀란드 리그를 종착역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홍 대표는 전했다.

물론 이들의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K-리그에서조차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해 결국 핀란드 리그를 선택했다.

권정혁은 은퇴까지도 생각했다.

게다가 네 명 모두 계약 기간이 1년이다.

계약을 이어가거나 더 나은 둥지를 수월하게 찾으려면 올 시즌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의 재도약과 함께 과연 핀란드 리그가 유럽 진출의 새로운 루트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