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값비싼 외국산 기준 지원…국내 조리기기 업체들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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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등 별 차이 없는데" 하소연
10년 이상 된 노후 급식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 중인 '학교급식 현대화사업'에 투입되는 시 · 도 교육청의 조리기기 지원 예산이 값비싼 외국산을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국산 제품이 외면받고 있다. 일선 초 · 중 · 고교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단체급식 지원사업이 국내 제조기업 기반을 육성하는 '후광 효과'를 낳기는커녕 외국 기업의 입지만 강화해주고 있는 셈이다.
12일 동화시스템 린나이코리아 등 국내 조리기기 제조업체에 따르면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단체급식용 다기능 오븐기기 구입 비용으로 최대 50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당 지원금액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이며 학생 수가 500명이 넘으면 5000만원을 일괄적으로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분의 구이요리와 찜요리를 할 수 있는 단체급식용 오븐기기(스티머 오븐)의 대당 판매가격은 국산 제품이 용량에 따라 2000만~3300만원인 데 반해 외국산 제품은 3000만~5000만원대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단체급식용 외산 오븐기기는 독일의 라치오날과 컨버텀,일본 마루젠 등으로 이들 제품이 국산에 비해 최고 1700만원이 비싼 것은 최근 유로화와 엔화 환율 급등분이 수입가격에 반영된 영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왕이면 예산한도를 채워 조리기기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데다 외산 제품 사용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국산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교육청으로부터 5000만원의 단체급식용 오븐기기 구입비용을 지원받은 춘천 원주 등 강원 지역 10여개 고교는 모두 외산 제품을 사들였다.
박계호 동화시스템 부사장은 "오븐기기 등 조리기기 시장의 90% 이상을 외산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체급식 관련 조달 시장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에 엄청난 기회"라며 "하지만 정부 예산이 외산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국산 제품은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설립된 동화시스템은 2002년 스티머 오븐의 국산화에 성공했고,150명분의 6단형 제품에 이어 최대 1000명분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40단 대형콤비스티머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40단 대형콤비스티머(모델명 DSO-2020)를 학교에 328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일선 학교의 구매 1위 제품인 독일 라치오날(모델명 SCC-202)의 판매가격은 4550만원으로 동화시스템 제품보다 1270만원 비싸다. 동화시스템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취합,교육청에 단체급식용 오븐기기의 조달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급식 담당자는 "일선 학교 조리장 등 조리기기 실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해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 조리기구 교체와 시설물 교체 등 단체급식 관련 예산 914억원을 편성했으며,향후 특별교부금 지급이나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어 집행예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조리기기 관련 업계는 전국 1만여개에 달하는 초 · 중 · 고교들이 단체급식으로 전환하거나 시설 교체를 서두르고 있어,향후 조리기기 조달 시장은 수조원대로 팽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 한 관계자는 "오븐기기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지난 10여년에 걸쳐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인 결과 100% 국산화가 이뤄졌고,성능과 기능 등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요리에 맞는 조리 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데다,국산 제품은 회사마다 순회서비스팀을 꾸려 기계 조작 방법이나 조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도 외산에 비해 강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12일 동화시스템 린나이코리아 등 국내 조리기기 제조업체에 따르면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단체급식용 다기능 오븐기기 구입 비용으로 최대 50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당 지원금액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이며 학생 수가 500명이 넘으면 5000만원을 일괄적으로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분의 구이요리와 찜요리를 할 수 있는 단체급식용 오븐기기(스티머 오븐)의 대당 판매가격은 국산 제품이 용량에 따라 2000만~3300만원인 데 반해 외국산 제품은 3000만~5000만원대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단체급식용 외산 오븐기기는 독일의 라치오날과 컨버텀,일본 마루젠 등으로 이들 제품이 국산에 비해 최고 1700만원이 비싼 것은 최근 유로화와 엔화 환율 급등분이 수입가격에 반영된 영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왕이면 예산한도를 채워 조리기기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데다 외산 제품 사용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국산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 교육청으로부터 5000만원의 단체급식용 오븐기기 구입비용을 지원받은 춘천 원주 등 강원 지역 10여개 고교는 모두 외산 제품을 사들였다.
박계호 동화시스템 부사장은 "오븐기기 등 조리기기 시장의 90% 이상을 외산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체급식 관련 조달 시장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에 엄청난 기회"라며 "하지만 정부 예산이 외산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국산 제품은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설립된 동화시스템은 2002년 스티머 오븐의 국산화에 성공했고,150명분의 6단형 제품에 이어 최대 1000명분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40단 대형콤비스티머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40단 대형콤비스티머(모델명 DSO-2020)를 학교에 328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일선 학교의 구매 1위 제품인 독일 라치오날(모델명 SCC-202)의 판매가격은 4550만원으로 동화시스템 제품보다 1270만원 비싸다. 동화시스템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취합,교육청에 단체급식용 오븐기기의 조달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급식 담당자는 "일선 학교 조리장 등 조리기기 실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해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 조리기구 교체와 시설물 교체 등 단체급식 관련 예산 914억원을 편성했으며,향후 특별교부금 지급이나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어 집행예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조리기기 관련 업계는 전국 1만여개에 달하는 초 · 중 · 고교들이 단체급식으로 전환하거나 시설 교체를 서두르고 있어,향후 조리기기 조달 시장은 수조원대로 팽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 한 관계자는 "오븐기기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지난 10여년에 걸쳐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인 결과 100% 국산화가 이뤄졌고,성능과 기능 등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요리에 맞는 조리 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데다,국산 제품은 회사마다 순회서비스팀을 꾸려 기계 조작 방법이나 조리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도 외산에 비해 강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