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전 의원은 12일 "4월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숨도 안 쉴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내가 한 마디 해서 나 때문에 표 떨어졌다고 하면 어쩌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행위는 안 한다. 완전히 엎드려 있겠다"며 "지난 7일에 경주 보문단지 벚꽃 산악회 행사가 있어 등산복 입고 잠시 다녀올까 하다가 지역이 경주라는 애길 듣고 부랴부랴 다시 집에 돌아와 집사람을 대신 보냈다. 그 정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낮은 포복'자세다.

"무악재와 한강을 넘지 않겠다"던 그는 실제 지난달 28일 미국에서 돌아온 뒤 경북의 선영(先塋)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자택이 있는 서울 은평구 경계를 넘어본 일이 없다고 한다. "10여군데의 특강 요청도 모두 5월로 미뤘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과의 거리두기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어 사실 (정치권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 데다 4월에 선거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현실 정치는 현역에게 맡겨두고 7월까지는 미국 생활을 담은 책(가칭 '나의 꿈,조국의 꿈')을 쓰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재선거 이후'행보에 대해서도 "그 때 가봐야지,지켜봐달라"며 "앞으로는 큰 정치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정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정치를 해도 '좀스런 정치'는 졸업하겠다,안하겠다는 그런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대통령께서 계속 외국을 나가시니 시간이 없다"면서 "굳이 자주 통화를 안 해도 서로 잘 알지.애들도 아니고…. 일단 4월은 지나야지"라고 말했다.

"낡은 운동화를 신고 초선처럼 산다"는 그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자전거로 지역을 돌고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등산로를 따라 동네 뒷산을 오른다. 한 측근은 "10월 선거 때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에서 의원직을 회복한 뒤 내년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와 지자체 선거에서 당의 대주주로 올라선다는 밑그림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