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유선 인터넷 보급률은 2009년 80%를 돌파해 세계 1위이다. 미국의 63%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90년대 후반 도입이 시작된 비대칭 디지털망(ADSL)을 시작으로 고도화된 초고속망은 VDSL망,광랜망으로 발전했고 이는 대한민국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정보통신 강국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이 심혈을 기울인 광인터넷망에서 또한 인구 대비 가입자에서 일본을 제치고 1위이다.

하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인 무선인터넷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무선인터넷 시장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파악하고 CDMA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고,그 결과 휴대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WiBro)의 세계적 표준화,세계최초의 상용서비스 시작,위성 지상파 DMB서비스 시작 등의 기술적 성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시작한 와이브로 서비스의 경우 가입자 수는 전망치인 656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17만여명이다. 서울 경기지역에 밀집한 지역적 한계와 무선 콘텐츠의 부재에 기인한다. 이동통신의 경우 무선인터넷을 위한 3세대통신망을 대대적으로 도입해 서비스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데이터서비스보다는 전화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2009년 1월 말 SK텔레콤의 데이터 퍼펙트 요금제 가입자 수는 185만명,KTF의 데이터 완전자유 45만명,LG텔레콤의 OZ 무한자유의 경우 56만명이다. 이통 3사를 다 합해도 전체 이동통신 단말 가입자의 1% 미만이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 있다.

정체돼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적절한 요금의 정액제 요금이 도입돼야 한다. 아무리 필요한 서비스라도 너무 비싸다면 사용할 수가 없다. 신문에 종종 보도되는 수십만원에서 천만원까지의 무선데이터 요금은 모든 국민에게 '무선인터넷은 비싸다'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마음 놓고 사용하기에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런 요금제하에서는 무선 데이터시장의 확대는 힘들다.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정액제 요금이다. 아이폰으로 성공한 AT&T의 경우 10가지 이상의 무제한 정액제 요금을 일반 혹은 기업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작은 파이를 나누기보다는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둘째,열린 무선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성장동력이다. 지리 정보와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는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이고 이를 위한 최적의 플랫폼은 휴대폰이다. 유선에서 앞선 우리나라가 무선서비스에서 뒤처지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개방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개방돼야 한다.

셋째,모바일 인터넷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 한다. 휴대폰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한다면 스마트폰의 성공적인 개발은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적인 문제이다.

넷째,국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통신서비스산업은 국내 GDP의 약 5%인 37조원에 해당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휴대폰은 자동차에 이은 우리나라의 두 번째 수출품이다. 새 정부에서 방송통신위가 출범됐고 분명히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선인터넷의 강국이 모바일 세상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방통위의 지도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