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작년 3분기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태양광 산업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독일 바커와 미국 헴록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의 증설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3~4년간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6~7월 국제 시장에서 ㎏당 400달러까지 상승했던 폴리실리콘 스폿(단기 계약)물량 가격은 지난달 들어 ㎏당 100달러 안팎까지 추락한 뒤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매년 40%의 시장 성장세를 기록해 온 폴리실리콘 가격이 이처럼 급락한 것은 유럽 지역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독일 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 진행되던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반도체 업체에 공급되던 폴리실리콘 물량이 태양광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것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OCI(옛 동양제철화학) 등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OCI는 지난달 30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시장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올해 12월 완공 예정인 군산 3공장 준공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폴리실리콘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 서플라이는 각국 기업간 신 · 증설 경쟁이 여전해 폴리실리콘 연평균 가격은 2011년 ㎏당 80달러로 떨어진 뒤 2012년에는 40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바커와 국내 OCI 등 업계를 선도하는 폴리실리콘 업체의 제조원가가 현재 ㎏당 50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불과 3년 뒤면 모든 업체들이 치킨게임의 패자로 전락할 것이란 얘기다.
폴리실리콘 시장도 결국 '치킨게임'으로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태양광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올 하반기 이후 가격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50㎾ 이상 태양광 사업에 와트(W)당 2.93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임지수 굿모닝신한증권 화학담당 팀장은 "중국 등 대규모 수요지역이 늘어나면 현재 국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기 수급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삼성,LG,한화 등 폴리실리콘 사업 참여를 결정한 국내 기업들은 사업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가격수준이라면 최소 2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투입되는 폴리실리콘 사업의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달러당 900원대 환율에서 사업 진출을 검토했기 때문에 주요 설비 수입시 고려해야 하는 환율 손익계산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OCI 등 선발 업체는 대부분 7~10년의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지만,후발업체들은 수요처 발굴도 사업 추진의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준비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체 공장 설립보다는 아예 해외 폴리실리콘 업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돌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