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서비스 '헛발질'…와이브로 누적적자 5000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IPTV 가입자 갈수록 줄어…DMB 사업 아예 존폐 위기
4년간 1조3500억원을 투자했지만 5000억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내고 가입자 16만명을 모집하는 데 그친 와이브로.출범 이후 4300억원의 누적 적자로 존폐 위기에까지 몰린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핵심 서비스라던 실시간 방송 도입 이후 도리어 가입자가 줄고 있는 인터넷TV(IPTV)….
2005년 이후 국내에 도입된 방송 · 통신 융합서비스들의 초라한 성적표다. 이들 신규 사업은 정부가 '세계 최초' 'IT 신성장동력'이라는 화려한 포장을 씌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조차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집 밖에서도 유선 초고속인터넷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한국형 4세대 이동통신' 와이브로의 부진이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최근 "와이브로가 엄청난 설비투자비만 날리고 실패한 시티폰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을 정도다.
KT와 SK텔레콤은 2005년 6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고작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와이브로 가입자는 작년 6월 2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3월 말 현재 16만7900명으로 뒷걸음질쳤다. 1년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3세대 이동통신(HSDPA)이 3년 만에 20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것과 비교조차 안 된다. 일반 기업이라면 투자 중단까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지만 KT와 SK텔레콤은 정부에 낸 사업계획을 지켜야 하는 의무 때문에 2011년까지 4000억원가량을 더 투자해야 한다.
출범 4년을 맞은 DMB 사업은 아예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지난해까지 총 3093억원의 누적 적자에 빠져 있고 지상파DMB 분야에서도 KBS,MBC,SBS 등 6개 사업자가 약 1600억원을 투자했지만 1200억원가량의 누적 손실을 냈다. IPTV는 지난해 11월17일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며 서비스 확산을 기대했지만 지난해 말 160만명이던 가입자가 도리어 3월 말 기준 155만명으로 줄었다.
융합서비스가 한결같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업계의 준비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지난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가 IPTV의 요금을 일일이 사전 규제하고,DMB 쇼핑 방송을 하려 하자 별도의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도록 하는 등 융합서비스를 기존 규제틀로 묶어놓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시장 조사에 의존해 공급(사업자)을 결정하다 보니 시장에서 수요 · 공급 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게 융합서비스 전반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2005년 이후 국내에 도입된 방송 · 통신 융합서비스들의 초라한 성적표다. 이들 신규 사업은 정부가 '세계 최초' 'IT 신성장동력'이라는 화려한 포장을 씌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조차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집 밖에서도 유선 초고속인터넷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한국형 4세대 이동통신' 와이브로의 부진이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최근 "와이브로가 엄청난 설비투자비만 날리고 실패한 시티폰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을 정도다.
KT와 SK텔레콤은 2005년 6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고작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와이브로 가입자는 작년 6월 2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3월 말 현재 16만7900명으로 뒷걸음질쳤다. 1년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3세대 이동통신(HSDPA)이 3년 만에 20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것과 비교조차 안 된다. 일반 기업이라면 투자 중단까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지만 KT와 SK텔레콤은 정부에 낸 사업계획을 지켜야 하는 의무 때문에 2011년까지 4000억원가량을 더 투자해야 한다.
출범 4년을 맞은 DMB 사업은 아예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지난해까지 총 3093억원의 누적 적자에 빠져 있고 지상파DMB 분야에서도 KBS,MBC,SBS 등 6개 사업자가 약 1600억원을 투자했지만 1200억원가량의 누적 손실을 냈다. IPTV는 지난해 11월17일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며 서비스 확산을 기대했지만 지난해 말 160만명이던 가입자가 도리어 3월 말 기준 155만명으로 줄었다.
융합서비스가 한결같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업계의 준비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지난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가 IPTV의 요금을 일일이 사전 규제하고,DMB 쇼핑 방송을 하려 하자 별도의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도록 하는 등 융합서비스를 기존 규제틀로 묶어놓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시장 조사에 의존해 공급(사업자)을 결정하다 보니 시장에서 수요 · 공급 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게 융합서비스 전반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