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묵은 빈센조 선배 恨 풀어서 기쁘다"
아르헨티나는 축구로 유명하지만 1960년대에 이미 세계적인 골퍼가 있었다. 로베르토 데 빈센조(86)가 그 사람이다.

빈센조는 1967년 브리티시오픈을 비롯해 미국PGA투어에서 6승을 거뒀고,전 세계 골프대회에서 통산 231승을 올린 대선수.그런 빈센조가 마스터스에서 통한의 2위를 한 적이 있는데,이번에 고국의 앙헬 카브레라가 선배의 '한'을 풀어준 셈이 됐다.

1968년 마스터스 4라운드.빈센조는 밥 골비(미국)와 우승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빈센조는 4라운드를 마친 뒤 공동 1위로 당연히 연장 승부를 벌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빈센조는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도 동반 플레이어이자 마커인 토미 아론(미국)이 스코어카드에 '3'이 아닌 '4'를 적어 넣은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사진).

스코어를 실제보다 낮게 적어 넣으면 실격이지만,높게 적어 내면 그 스코어가 그대로 인정되는 것이 골프규칙이다. 물론 '스코어러스 텐트'에서 스코어 카드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빈센조의 잘못도 컸다.

17번홀 스코어를 1타 더해 제출한 사실을 나중에 안 빈센조는 서투른 영어로 "이 얼간이야!"(What a stupid I am)라고 자책하며 땅을 쳤지만 이미 '상황 끝'이었다. 그는 연장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골비가 그린 재킷을 입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빈센조의 이 사례는 골프 규칙과 관련한 해프닝 중 가장 아쉽고 어처구니없는 케이스로 손꼽힌다. 그로부터 41년 뒤 카브레라는 연장전 끝에 보란듯이 우승,선배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천추의 한을 씻어주었다. 카브레라는 "2년 전 US오픈 우승 당시 빈센조가 그린 재킷을 가져오라고 했고 나는 마침내 해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