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13일 오전 11시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2000㎞ 떨어진 누사퉁가라 티모르주(서티모르)의 주도인 쿠팡시 도심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가가 널리 울려퍼졌다. 노래가 흘러나온 곳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섬유기업인 JSK인터내셔널(대표 박신재)과 누사퉁가라 티모르 주정부 간에 체결된 망간제련공장 건설 상호양해각서(MOU) 교환행사가 열린 주정부청사였다.

2001년 인도네시아에 봉제공장을 설립했던 JSK는 신사업으로 광산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수십 차례 이곳을 방문하며 주정부 당국자 및 지역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쌓아왔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 관련 영상까지 보여주며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이 지역이 노력만 하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희망을 지역사회에 심어줬다. 박신재 대표는 "JSK가 단순히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낙후된 이 지역을 개발해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새마을운동가를 들으면서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윈윈형 사업에 나서게 된 데에는 자원민족주의 바람의 영향이 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월 광업권법을 개정,현지에서 캐낸 모든 광물은 원석 상태로 수출할 수 없으며 반드시 1차 가공 후 해외로 팔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자원만 빼가는 식의 자원개발에는 결코 협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해외 기업들의 광산개발과 광물수출이 까다로워졌지만 지역사회와 튼튼한 신뢰를 쌓아온 JSK는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이 지역 진출을 모색하던 중국 및 일본계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이 회사는 법 개정에 맞춰 월 5000t 규모의 원료를 가공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향후 10년간 총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주정부와 합의했다.

이날 협정식에서 JSK는 사업의 빠른 추진과 함께 병원 및 학교를 건설할 것도 약속했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가 갖고 있는 풍부한 자원 때문에 코스닥 상장업체 등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인도네시아 광업권 획득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자원보유국의 입장에서도 자원을 공짜로 줄 리가 없기 때문에 철저한 현지화와 개발경험의 공유만이 유일한 성공 방법"이라고 말했다.

JSK 측은 30년 동안 개발권을 보장받은 10개 광구의 망간 매장량이 최소 5000만~8000만 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연탄 등의 석탄개발사업에는 상당수 국내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으나 망간광산이 개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망간은 철강 제조공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합금재로 제강공정에서 불순물인 산소와 황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철강 재료의 강도 향상 등과 같은 물리적 성질 개선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JSK 측은 이 지역의 망간 품위에 대한 조사결과 품위 52~58%로 최고품질의 망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라야 후란스 리부 주지사는 "가능한한 모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빠른 지역발전을 유도하고자 한다"며 "기업과 지역주민 양측이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인도네시아)=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