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동문들이 중심이 돼 만들고 있는 '탄소 제로 마을'은 태양열과 지열,바람을 적절히 활용하는 국내 최초의 친환경 마을이자 도시와 농촌,그리고 노인과 청 · 장년층이 함께 사는 도농 및 세대통합형 전원마을의 새 모델이 될 것입니다. "

내년 말 충북 괴산군에 들어설 탄소 제로 마을의 초대 촌장을 맡게 된 원영무 인하대 전 총장(74)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 마을을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교육문화와 친환경 마을로 꾸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이름은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네 그루의 미루나무에서 따 '미루마을'(www.mirutown.com)로 정했다. 미루마을은 영국 등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 그린홈과 고효율 에너지 주택을 기본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지열과 바이오 연료인 펠렛을 활용한 난방온수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그린홈이란 태양광 지열 풍력 등으로 에너지를 자급하는 친환경 주택이며 고효율 에너지 주택은 난방유 기준 ㎡당 연 3ℓ 내외를 사용하도록 설계 · 시공하는 게 특징이다.

미루마을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일대 4만3000㎡(약 1만3000평) 부지에 세워진다. 지난해 10월 농식품부가 지정하는 농촌전원마을 사업지구로 선정돼 정부 예산 15억~20억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내년 2월 착공,같은 해 12월 입주를 시작한다. 개발사업자를 배제하고 원 전 총장을 중심으로 인하대 동문들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당초 45가구를 모집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0월 모집공고 10여일 만에 입주자 신청이 넘쳐 부지를 추가 마련해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2차 모집도 계획 중이다.

분양가격은 1억4000만(대지면적 363㎡ · 건축면적 99㎡)~1억7000만원(577㎡ · 99㎡)가량이다.

원 전 총장이 이 마을 조성에 앞장서게 된 계기는 한 동문 모임 자리에서다. 1988년 인하대 학생회장(85학번 사학과)을 지냈던 전희수씨 등 제자이자 후배들로부터 귀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부터다. 원 전 총장은 "비어가는 농촌은 새 인재를 필요로 하는 반면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은 도시민들은 여러 사정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두 지역이 윈윈할 수 있도록 친환경 마을을 조성해보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을에 250여평 규모의 커뮤니티센터를 마련하고 입주자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교육문화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도시와의 교육 격차도 해소하고 화석연료 제로라는 마을 특성을 살려 대안에너지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 전 총장은 3년 전 인하대 동문 후배 18명과 함께 '미루마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추진위원장을 맡아오다 얼마 전 미루마을의 초대 촌장 자리를 흔쾌히 수락했다. 함경북도 출신의 실향민으로 인천공고와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본 도쿄대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한 후 인하대 공대 섬유공학과 교수를 거쳐 1990년도부터 1994년까지 동문 교수로는 처음으로 총장을 지낸 뒤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