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원전보다 더 정밀한 풍력발전기 만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창원공장 르포
13일 경남 창원의 효성 제3공장.시끄러운 기계음을 뿜어 내는 작업장 한 쪽에 지름 1m 남짓한 발전기용 '회전자(rotor)'가 지지대에 매달린 채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발전기가 회전할 때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표면을 정밀하게 깎는 선반 작업을 하는 공정이다. "이 제품이 차세대 풍력발전 시스템에 쓰일 2㎿급 발전기입니다. 선반 작업이 끝나면 회전자 표면의 거칠기 오차 범위는 머리카락 두께의 5분의 1도 안 되는 ±0.01㎜ 수준으로 줄어들죠."(이봉석 대형전동기제작팀 차장)
선반작업장 바로 옆에선 회전자의 중심 부분과 가장자리 무게를 일정하게 유지해 회전 반경에 편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회전 밸런스' 작업이 한창이다. 회전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회전자를 감싸는 고정자(stator)와의 접촉으로 진동이 발생,내구성이 떨어진다. 이 작업을 거친 회전자의 밸런스 오차는 원자력 발전소의 회전 밸런스 오차(3~5g)보다 정밀한 1g 이내로 줄어든다. 권창환 풍력사업단 생산팀장은 "풍력발전 시스템은 1000가지가 넘는 바람에 대응해야 하는 데다 70~80m 높이에서 가동되기 때문에 고장 나면 교체가 쉽지 않아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효성은 창원공장에서 발전기,증속기,스틸 타워(steel tower · 기둥) 등 풍력발전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생산한다. 강점은 화력이나 원자력용 발전기,산업용 감속기 생산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풍력발전 시스템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풍력 발전용 부품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증속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효성이 유일하다. 풍력발전 시스템의 국산화율도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90%에 이른다.
창원공장에서 만드는 2㎿급 풍력발전 시스템은 이미 2007년 말 개발을 끝낸 제품이다. 다음 달쯤 국제 인증 획득을 목표로 최종 테스트 단계를 밟고 있다. 2㎿급은 현재 세계 풍력발전 시장의 주력 모델.효성은 인증을 받는 대로 본격적인 해외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가 풍력발전 시스템 상용화의 원년이 되는 셈이다. 이달 초에는 독일 인증기관(DEWI-OCC)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750㎾급 기어식 풍력발전 시스템에 대한 국제 인증을 받았다.
제3공장 건너편에 있는 제5공장에서는 효성이 독자 개발,생산하고 있는 '증속기(gear box)'를 연마하고 조립하는 근로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증속기는 바람으로 돌아가는 날개 회전 수를 끌어올려 전기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장치로 효성은 감속기 생산 기술을 응용해 이를 제작하고 있다. 김동수 풍력사업단 상무는 "덴마크 베스타스,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업체들도 증속기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조달한다"며 "효성이 풍력발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유도 기술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풍력발전 시장은 '저탄소 녹색성장' 흐름에 따라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효성도 2㎿급에 이어 2013년께 보편화될 3㎿급(육상용),5㎿급(해상용) 발전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김 상무는 "풍력발전 시스템은 부품만 1만5000여개에 달해 전 · 후방 파급 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2~3년이면 100% 국산화가 가능해 국가 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원=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